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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황우석의 부활?

입력
2008.05.2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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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박사(전 서울대 교수)가 세계 최초로 상업적 애완견 복제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접한 순간 언뜻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황 박사가 자신과 잘 어울리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잡았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그리고는 바로 이번 성과가 엉뚱하게‘황우석 신화’의 부활을 알리는 전주곡으로 과장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뒤따랐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에는 ‘황의 귀환’ ‘황우석 박사의 재기’‘신화 부활’등의 제목이 달린 기사가 잔뜩 떠돌고 있다. 내용은 비슷비슷하다. 수암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황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미국 바이오아트사의 의뢰로 아폴로그룹 존 스펄링 회장의 애완견 ‘미시(Missy)’의 체세포를 복제해 다섯 마리의 복제 강아지를 탄생시켰고, 이중 네 마리가 건강하게 자랐다. ‘미라’와 ‘친구’ ‘사랑’등 세 마리가 이미 미국측에 인도돼 ABC TV에 출연하기까지 했고, 유전자 검사결과 ‘미시’의 복제견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강 이런 내용이다.

■ '귀환''재기'운운의 허구성

어디에도 ‘황우석 신화’의 부활을 짐작하게 하는 내용은 없다. 미국에서 10년 동안 ‘미시’를 복제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는데 개의 복제가 양이나 고양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스너피’ 당시만 해도 복제수정란에서 복제견을 탄생시킬 수 있는 성공률이 0.18%에 불과했으나 이번에는 두 자릿수로 높아졌다, 학문적으로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최초의 상업적 복제라는 의미는 있다는 설명을 덧붙여도 마찬가지다.

2년 여 전 ‘황우석 신화’가 무너져 내릴 때 유일하게 인정을 받았을 정도로 황 박사 연구팀이 장기로 삼아온 동물복제 기술이 더욱 정밀하게 다듬어졌음을 알려줄 뿐이다. 이번 성과로 황 박사팀의 경제적ㆍ상업적 성공에 대한 기대는 커졌다지만 그 또한 ‘신화’의 뼈대와는 거리가 멀다.

애초에 황우석 신화는 복제소 ‘영롱이’를 비롯한 동물복제 성과로 이뤄진 게 아니었다. 2004년 세계 최초로 인간 체세포 복제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데 성공하고, 이듬해 난자제공자의 체세포에 한정됐던 배아줄기 세포 추출을 다른 사람의 체세포로 확대, 이른바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등 배아줄기세포 분야에서의 ‘성과’가 쌓아 올린 신화였다.

나중에 이 두 가지가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나 무너져 내린 신화의 부활을 얘기하려면, 이 분야에서 과거의 잘못을 덮고도 남을 만한 성과가 나와야 한다. 그런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는데도 의외로 이번 성과를 곧바로 신화의 부활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파블로프의 개’가 보여준 조건반사는 동물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인지능력이 동물과 비교가 되지 않는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데도 조건반사는 힘을 발한다. 행동주의 심리학을 창시한 존 브러더스 와트슨은 인간의 행동도 조건화할 수 있다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1920년 생후 11개월 된 아기를 대상으로 인위적으로 공포반응을 이끌어내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 ‘리틀 앨버트’사례는 나중에 과학성ㆍ윤리성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오늘날 광고에서 널리 활용될 정도로 유효성이 입증된 조건화 기법의 고전적 실험이다(<유모차를 사랑한 남자> ).

■ 신화 뼈대인 줄기세포와 멀어

‘황우석 신화’의 붕괴가 다수 일반인에게 던진 충격은 시간이 흐르면서 흐려져 ‘역조건화 자극’으로는 작용하기 어렵다. 반면 ‘조건 자극’에 해당하는 ‘세계 최초의 성과’‘황우석 박사’‘체세포 복제’ 등의 말은 지금도 뇌리에 뚜렷한 흔적으로 남아 일부만 자극 받아도 전체상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신화 붕괴 자체조차 믿지 않았고, 부인하려고 했던 신봉자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사회적 조건반사’는 더욱 위력적이다. 개인의 반사신경 정도가 아니라 의식과 사고를 형성하고 뒤튼다. 새롭게 떠돌기 시작한 황우석 담론에서 그런 허구의 싹을 본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n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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