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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의 이상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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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의 이상한 동거

입력
2008.05.2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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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과 노선이 전혀 다른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한 지붕 아래 동거하기로 했다. 18대 국회에서 공동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원론 상 소수 정당들이 원내 지위 강화와 영향력 확대를 위해 연대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의원 내각제 국가들에서는 정체성이 전혀 다른 정당끼리 연대해 내각을 구성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그러나 우리 헌정사에서는 정당끼리의 연대가 매우 낯설다. DJP(김대중ㆍ김종필) 연합으로 정권을 창출한 김대중 정부 시절 새천년민주당이 ‘의원 꿔주기’라는 해괴한 방식으로 자민련의 원내교섭 단체 구성을 도왔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두 당 사이에 연대가 이뤄진 것은 당장의 정치적 이익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비교섭단체 군소정당은 제도적으로 상임위 배정이나 발언권 등에서 불리하다. 원내교섭단체가 되고 안 되고에 따라 정치적 이익과 영향력이 크게 달라진다. 선진당의 이회창 총재는 최근 청와대의 야당 대표 초청 대상에서 제외돼 심한 소외감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의 경우는 비례대표 공천 비리 의혹으로 수사 대상에 오르는 등 당의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한다 해도 두 당의 연대는 정체성을 무시한 정치적 야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통보수를 표방하는 선진당은 이념 스펙트럼으로 볼 때 한나라당의 오른쪽에 위치하고, 창조적 진보를 내세운 창조한국당은 대통합민주당보다 더 왼쪽이다. 이렇게 극과 극의 당들이 한 지붕 아래 동거하며 생산적 정치를 해 내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 대표는 ‘좌우를 뛰어 넘는 창조적 연대’라고 했지만 말장난에 가깝다.

양 당은 대운하 저지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중소기업 활성화 등에서 의견을 같이 하기 때문에 교섭단체를 꾸려갈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마련했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대북정책 등 각자의 정체성을 좌우하는 본질적 사안들을 둘러싸고 조직거부반응이 일어나면 서로 깊은 상처만 입고 갈라서야 할 수도 있다. 두 당은 자청해서 어려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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