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 정운천 농림 자리 연연 말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 정운천 농림 자리 연연 말라

입력
2008.05.26 00:27
0 0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안이 상정되고 부결되는 전후 과정은 한마디로 코미디다. 사안 자체를 그저 정치적으로 몰고 가는 정치권도 문제지만, 엄청난 국가적 논란을 몰고 와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실소만 자아낸다.

농식품부 정 장관이나 정부는 해임건의안 부결로 면죄부를 얻었다고 믿고 있을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으면 됐지 더 이상 뭘 어떻게 하겠느냐고 여길 수도 있다.하지만 논란이 쉽사리 수그러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처럼 책임에 둔감한 당국을 이해할 국민은 많지 않다.

물론 정 장관 입장에선 한ㆍ미 쇠고기협의가 몰고 온 파문의 책임을 혼자 지기엔 분명 억울한 측면이 있다. 이번 사안이 단지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검역 차원에서만 다뤄지기엔 정치적으로 복잡한 상황이 있다는 점 역시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대통령 방미를 며칠 앞둔 시점에 협의 재개를 결정하고 한ㆍ미 정상회담 직전에 타결지은 자체가 정 장관의 책임범위를 넘어선다는 점도 객관적으로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이해의 폭을 넓히려 해도 한ㆍ미 쇠고기협의에서 정부가 저지른 실책 모두를 덮을 수는 없다. 당연히 협상 주무부처의 수장인 정 장관과 협상 대표에게 공식적이고 일차적인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 장관의 최근 행보는 책임지려는 모습과는 한참 거리가 멀어보인다. 해임건의안 부결로 정 장관은 일단 정치적 측면에서의 쇠고기 문책은 피하게 됐으나, 그 동안 국민들에게서 잃어버린 신뢰까지 모두 회복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해명 한마디 없이 그저 청와대와 정치권의 등 뒤에 숨기 바쁘다.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광우병 논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본 농식품부 조직원이나 우리 검역주권을 포기했다고 느끼는 농민들에게 앞으로 장관의 영(令)이 제대로 설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벤처 농업계의 신화 창조자’와 복잡한 정책을 다루는 책임 있는 기관장의 자리는 하늘과 땅 차이다. 정 장관이 더 이상 장관직에 연연할 때는 아닌 것 같다.

문향란 경제부 기자 iami@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