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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시위대… 뻥 뚫린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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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시위대… 뻥 뚫린 경찰

입력
2008.05.26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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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명분을 내걸었으나 명백한 불법 시위대 1,000여명이 25일 저녁 서울시내 중심부를 누비고 다닌 것과 관련, 경찰의 부실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평화적 촛불집회가 험악한 촛불시위로 변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시위대와의 ‘수 읽기 싸움’에서 철저히 우롱 당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24일, 25일 이틀 연속 경찰의 의표를 찌르는 수법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경찰은 시위대의 청와대 진출을 막는 데만 매달렸으며, 간선 도로를 점거하고 서울 시내를 누비고 다닌 시위대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일반 시민들은 교통 혼잡으로 큰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경찰은 첫 물리적 충돌이 빚어진 24일 저녁부터 시위대와의 머리 싸움에서 밀렸다. 경찰은 이날 밤 9시께 예정됐던 행사가 끝나자, 평소처럼 참가자들이 해산할 것으로 알고 경계를 늦췄다. 그러나 경찰이 예상도 못한 상황에서 20~30대 참가자 일부가 ‘청와대로 가자’고 외치면서, 군중들이 종로1가 쪽으로 몰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경찰이 2,400여명을 동원해 가까스로 교보문고 사거리에서 시위대를 막아 섰다. 그러나 일대 교통은 이미 극심한 혼잡에 빠졌다. 경찰은 25일 새벽까지 교보문고 사거리를 점거한 시위대를 해산하지 못하다가, 오전 4시30분 2,400여명의 병력을 투입해 가까스로 해산시켰다.

25일에는 24일보다 더 큰 규모의 불법 시위가 예견됐다. 그러나 경찰의 오판으로 시위대가 오후 6시부터 거리로 나와 밤 늦도록 청계광장~서울역~명동~소공동 일대 도로를 누비고 다녔다. 경찰 관계자는 “도로 진출 시도가 전날처럼 오후 9시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 것이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경찰 예상과 달리, 집회 참가자는 이날 오후 6시 청계광장에 모이자마자 거리 진출을 시도했다. 미처 대오를 정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찰 저지선은 속수무책으로 뚫렸고 시위대는 순식간에 광화문으로 진출했다. 경찰은 또 허겁지겁 광화문 사거리를 막고 청와대 진출을 막았으나, 일대 교통흐름은 아수라장이 됐다.

1,000여명 시위대는 경찰 제지로 청와대 진출에 실패했으나, 이후 남대문로를 통해 오후 7시에는 서울역까지 진출했다. 남대문 경찰서 앞에서 ‘연행자 석방’ 구호를 외친 시위대는 명동쪽으로 이동한 뒤 밤 늦도록 청계광장, 소공동, 동대문운동장 일대 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청와대 진출에만 신경을 쓰는 듯,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를 그대로 방치했다.

경찰의 무기력한 모습에 평소 촛불집회에 호의적이던 시민들도 강경 대응을 요구했다. 서모씨(45ㆍ여)는 “도로를 점거하고 교통흐름을 막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경찰은 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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