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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유가' 각국 대책 마련 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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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유가' 각국 대책 마련 부심

입력
2008.05.2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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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붙은 유가 폭등세에 세계 각국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무료편승 등의 허리띠 졸라매기서부터 석유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장기적인 산업구조 개편까지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특히 보조금 지급 등으로 에너지 가격을 통제해왔던 일부 국가들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까지 몰리면서 가격인상으로 돌아서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허리띠 졸라매는 미국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미국은 바이오 연료 생산 증가, 에너지 효율 향상 등을 통해 원유 의존도를 낮춘다는 장기적인 방침 속에서 최근 상ㆍ하원에서는 직접적인 압박 카드도 쏟아지고 있다.

상원이 원유투기를 막기 위해 상품시장에서 대형 기관 투자가를 제한하는 법안을 논의하고 있고, 하원은 20일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OPEC 회원국을 석유공급을 통제했다는 이유로 제소할 수 있도록 하는 다소 무리한 법안도 통과시켰다.

미국 국민들도 생활 문화가 달라졌다고 느껴질 정도로 곳곳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ABC 방송 등에 따르면 수도 워싱턴 DC의 출퇴근 직장인들이 전철역 등에서 자가용 차량에 ‘무료 편승’ 하기 위해 늘어서던 줄이 최근엔 거의 두 배로 길어졌고,‘무료 편승’을 알선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방문객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무료 편승’이 어려워지자 ‘편승할 때마다 1달러씩 내자’는 등 무료편승 유료화 주장도 나와 인터넷을 달궜다.

기름값 상승으로 ‘버스 여행’도 다시 각광을 받아 워싱턴과 뉴욕 사이를 운행하는 버스 회사들이 1달러 짜리 상품을 내놓는 등 갖가지 유가 절감 아이디어 상품이 나오고 있다. 최근 워싱턴 D.C.에는 미국 도시 중 처음으로 민관이 합동으로 운영하는 자전거 대여소도 설치됐다.

대체에너지에 원자력까지 눈 돌리는 유럽연합

유럽연합(EU)은 석유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체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원자력 발전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22일 프라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내 대체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를 활성화하는 등의 에너지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바로수 위원장은 이날 열린 유럽 핵 에너지 포럼에서 “세계적 추세는 더 많은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는 것”이라며 “유럽도 선입견을 배제하고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며 원자력 발전에 힘을 실었다.

국영기업 부실, 물가상승 압박으로 휘청거리는 아시아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유가 폭등에 휘청거리며 더욱 큰 충격에 휩싸여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대만의 마잉주(馬英九) 총통 정부는 출범 후 첫 조치로 다음달부터 휘발유와 디젤에 대한 가격 통제를 폐지하고 7월부터 전기료도 인상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도 조만간 연료 가격을 평균 28.7% 인상할 계획이며 말레이시아는 보조금을 전년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신 전기요금을 일부 인상하는 계획을 시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인플레이션 위험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가격 인상을 택한 것이다.

보조금 등으로 에너지 가격을 강하게 통제해온 인도, 중국, 태국 등은 아직 뚜렷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태국의 국영 석유공사만 해도 LPG를 미터 톤당 859달러에 수입해 315달러에 파는 상황에서 유가 급등으로 국영에너지기업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고, 중국은 가뜩이나 물가 상승으로 휘청거리고 있어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다.

한때 중국 증시에서 중국이 연료값을 인상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지만 당국자는 “근거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아시아 정부들이 밑 빠진 독처럼 국영기업의 손실을 메울 것이냐, 아니면 인플레이션 위험을 질 것이냐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일본은 만성적인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말 저소득자 등유 구입자금 지원, 중소기업의 대출금 상환조건 완화 등의 고유가 대책을 내놓았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는 22일 “중소기업대책을 확실히 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며 중소기업 추가지원을 약속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김범수 기자 송용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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