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四川) 대지진 피해 복구 작업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강력한 여진이 발생하고 산사태 등으로 제방 60여 곳이 붕괴 위험상태에 놓이는 등 피해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25일 오후 4시 21분 쓰촨성 칭촨(靑川)현에서 발생한 규모 6.4의 여진은 누그러져가던 피해지역 주민들의 지진 공포를 다시 상기시켜 주었다. 이번 여진으로 400여명의 추가 사상자가 발생했고, 7만여채의 가옥도 붕괴됐다. 이 여진은 칭촨현은 물론 성도인 청두(成都)의 고층 건물을 크게 흔들거릴 정도 충격을 주었고, 인근 충칭(重慶) 직할시,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주민들까지 진동을 확실히 느꼈다.
이들 도시에서는 수십 만 명의 주민이 건물과 아파트를 뛰쳐나와 도로와 개활지로 대피하는 등 큰 혼란이 발생했다. 그간 인터넷에서는 지진이 동북 방향으로 진앙을 옮기고 있다는 유언비어가 떠돌았는데 이번 여진으로 주민들의 지진 공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중국 수리부(水利部)가 이번 대지진으로 붕괴에 직면한 ‘매우 위험한’ 상황에 빠진 댐, 저수지, 자연호수가 모두 69곳, ‘고도로 위험한’ 곳이 310곳, ‘위험한’ 곳이 1,424곳이라고 발표했다. 두장옌(都江堰)시의 쯔핑푸(紫坪鋪)댐도 위험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호수와 저수지가 위험에 처함에 따라 하류의 70만 명이 위협 받고 있다고 수리부는 덧붙였다.
결국 지진에 따른 산사태가 호수의 수위상승, 붕괴 가능성 등으로 이어지면서 피해 복구의 발목을 잡는 최대 복병으로 등장한 것이다. 특히 중국 당국은 베이촨(北川)현 현청 소재지 상류 탕자산(唐家山) 자연호수(언색호)의 붕괴가 임박하면서 이 언색호를 폭파하기로 결정, 주민 1만여명을 대피시킨 채 폭파 작전에 돌입한 상태이다. 1,800명의 군인과 무장경찰대원들은 이날 일인당 10㎏의 다이너마이트를 짊어지고 언색호 뚝에 폭발물을 매설하는 작전을 진행했다.
한편 중국 국무원은 이날 현재 지진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자 6만2,664명, 실종자 2만 3,775명이라고 발표, 총 사망ㆍ실종자가 8만6,000명 선을 넘어섰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24일 “사망자가 8만명 또는 그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희생자가 10만에 육박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원 총리는 3개월 내에 피해지역 재건을 위한 종합 계획을 완성하라고 지시한 뒤 주민들에게 “3개월 내에 피해자들의 생활을 정상화하고 3년 내에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가운데 생존자 24명이 탄광 갱내에 갇혀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구조작업도 계속되고 있으며 23일 오후 4시에는 ?x주(綿竹)시 광지(廣濟)진에서 샤오즈후(肖致戶ㆍ80)씨가 매몰 266시간 만에 구조됐다.
앞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4일 원촨(汶川)현 잉슈(映秀)진을 방문, 원 총리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고 신속한 대응에 경의를 나타냈다. 반 총장은 오른쪽 팔을 다친 주민 장스밍(張仕明ㆍ65)씨의 손을 잡고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고 재기할 것을 당부한 뒤 “과거의 평화롭던 생활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위로했다.
한편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는 내달 중 3일간 진행될 예정이던 시짱(西藏ㆍ티베트) 자치구의 성화 봉송 행사는 지진 사태를 감안, 하루로 일정을 단축한다고 발표했다. 티베트 봉송은 6월 18일 전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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