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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퀴리 가문' 代이은 노벨상의 영광속에서 위대했으나 불행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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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퀴리 가문' 代이은 노벨상의 영광속에서 위대했으나 불행했던…

입력
2008.05.2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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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브라이언 지음ㆍ전대호 옮김/지식의 숲 발행ㆍ752쪽ㆍ2만8,000원

“난 살아오면서 너무 많은 고생을 해서 더 이상 남은 고생이 없어. 이젠 진짜 재난이 닥쳐야 느낌이 올거야. 나는 체념이 뭔지 알게 되었고, 일상의 회색 속에서 작은 기쁨 몇 개를 발견하려 노력해…”

마리 퀴리(1867∼1934)가 열렬한 환대 속에 1921년 미국여행을 다녀온 후 언니 브로니아에게 남긴 말이다. 여성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 유일하게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받은 대과학자다. 하지만 늘 사진 속에서 보수적인 검은 옷을 입은 채 굳게 다문 입술로 기억되는 그녀의 모습은 화려한 영예만큼이나 그늘도 깊었던 신산한 인생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데니스 브라이언은 마리 퀴리를 중심으로 그의 반려자였던 피에르, 또다른 노벨상 수상자인 장녀 이렌과 사위 프레데릭 졸리오, 작가로 성공한 둘째딸 이브까지 과학계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퀴리가의 명과 암을 조명한다. 물론 평전의 중심에는 마리퀴리가 있다. 저자는 빛나는 업적보다는 불행과 고난을 들춰내는데 힘을 쏟는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마리의 과학아카데미 가입을 봉쇄하고, 노벨상 후보에서 제외시키려는 당시 프랑스 과학계의 음모,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은 뒤 남편의 후배 과학자인 폴 랑주뱅과의 염문설에 휘말렸고 선정적인 언론으로부터 “프랑스 여인의 남편을 빼앗아간 외국년”이라는 비난까지 들으며 자살까지 시도했던 일, 의대생들의 부검실로 쓰였던 비가 줄줄 새는 헛간에서 라듐실험을 했던 초년 고생 등 잘 알려지지 않은 한 거인의 뒷이야기를 들추어낸다.

그의 큰 사위 프레데릭 졸리오도 장모 마리 만큼이나 기구한 인생을 살았다. 아내 이렌과 함께 노벨 화학상을 받은 천재 과학자이지만 평생 “아내에게 빌붙어 성공하려는 기회주의자”라는 오해에 시달렸으며 장모에게서조차 오랜기간 인정받지 못했다. 누구못지 않은 평화주의자이자 나치에 대항해 싸운 레지스탕스였으나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혹시 핵 폭탄 제조기술을 소련에 넘기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받아 후일 자신이 만든 정부기관에서 퇴출되기까지한다.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퀴리가문에 대한 평전으로 지금까지 위인전에서 천상의 인물처럼 떠받들여지던 마리 퀴리를, 훌륭했던 주변 인물과의 관계망 속에서 조망함으로써 보다 인간적인 인물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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