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6일부터 17대 국회 법적 임기만료일인 29일까지 나흘 일정의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한 상태다. 17대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해 보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의사일정 협의에 응할 기색이 전혀 아니어서 별 의미가 없는 노력이다. 야권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의 해임건의안 부결 충격으로 내부 전열정비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한나라당은 되지도 않을 일에 헛심만 쓰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은 미련을 버리고 18대 국회 조기 가동에 역점을 두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17대 국회 내 비준 실패는 한나라당에도 책임이 있다. 보수진영의 압도적 총선 승리에도 복당 갈등 등 내부 분열로 정국을 리드해 갈 동력을 상실했고, 야권 설득을 위한 정치력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나라당은 18대 국회 원 구성을 계기로 집권여당으로서 정치 복원에 앞장 설 책무가 있다. 그런 점에서 18대 원 구성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
민주당 등 야권도 원 구성을 통한 정치 복원에 협조해야 한다. 민주당은 원 구성 협상과 미국산 쇠고기수입 재협상을 연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미국 쇠고기 수입 고시를 강행할 경우 등원을 거부하고 장외투쟁까지 벌이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래서 얻을 이익이 무엇인가. 정운천 장관의 해임건의안 부결 사태는 민주당이 쇠고기 정국에 안이하게 편승해 온 잘못을 일깨웠다. 민주당은 내일 새 원내대표 경선이 끝나는 대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계속 떨어지는데도 자신들의 지지도는 제자리 걸음을 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18대 국회는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의 공동 교섭단체 구성으로 변수가 더 많아졌다. 원 구성 협상도 어렵고, 국회운영도 힘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한미FTA 비준안 처리는 물론 유가 폭등 등 대내외적 위기에 기민하게 대처하려면 시의적절한 입법 등 국회의 뒷받침이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하다. 눈앞의 당리당략을 초월해 정치 복원에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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