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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문국현, 희한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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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문국현, 희한한 동거

입력
2008.05.2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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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정체성과 노선 면에서 ‘물과 기름’이다. 그런 두 사람이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환하게 웃으며 “두 당이 공동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정통 보수’와 ‘창조적 진보’의 희한한 동거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두 당의 통합은 이 총재가 2주전에 제안했고 문 대표가 2, 3일 전 수용하면서 성사됐다고 한다. 이 총재로선 교섭단체 구성(20석)에 2석이 모자라는 상황을 돌파하고, 문 대표는 총선에서 3석을 확보하는데 그쳐 정치적 입지가 극히 좁은 현실을 타개한다는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두 당은 “당 대 당 합당이 아니라 정책 연대”라며 “국고보조금을 더 받기 위해 당을 합한 것도, 의원 꿔주기나 무분별한 영입도 아니다”고 항변했다.

통합 합의문엔 ▦대운하 저지 ▦검역주권과 국민 건강권 확보가 전제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소기업 활성화 등에 공동 노력하게 위해 교섭단체를 구성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대북문제나 경제 현안 등 다른 정책들에 대해선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인도적 대북 접근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으고 입장차를 줄여가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사람 중심의 창조적 자본주의를 중심으로 따뜻한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한 논의를 하겠다”는 원론적 언급에 그쳤다. 이 총재와 문 대표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기업 자율성 강화’ 외엔 거의 모든 정책 면에서 극과 극을 달렸다.

문 대표는 “좌와 우를 가르는 것은 20세기 방식으로, 오늘 합의는 이를 뛰어 넘는 창조적 연대”라며 “합의한 3개 정책 과제 외에 합의를 못한 부분은 각 당의 정체성에 따라 자유 투표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표의 창조적 연대론은 그 동안 보고 들은 바 없는 궤변이다.‘정책연대’라는 명분을 한 꺼풀 벗기면 교섭단체의 실익이 있을 뿐이다. 창조한국당 김석수, 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상임위 배분이나 상임위원장 등과 관련해 비교섭단체 의 어려움이 커서 이를 이겨내려는 노력으로 이해해 달라”고 내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래서 이들에게 쏟아지는 시선은 더 없이 차갑다. “당리당략을 위해 정당 정치와 의회주의 근간을 흔든 야합”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자유후진당인지, 구태모방한국당인지 의심스럽다”면서 “보수 언론인 문화일보와 한겨레 신문이, 자유총연맹과 진보단체가 위장결혼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통합민주당 최재성 원내대변인도 “명분없는 자기부정”이라고 비난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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