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작은 했지만,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빈부격차도 더 커졌다는 사실이 정부 통계로 입증됐다. 소득은 제자리 걸음인데, 물가가 치솟고 지출이 날로 늘어나 서민들의 비명도 높아진다. ‘3차 오일쇼크 공포’를 부른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과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외 여건이 워낙 나쁜 탓이라고는 하나, 거시경제를 관리하는 종합적 안목 없이 땜질식 처방만 일삼는 정부의 잘못도 크다. 위기일수록 정책관리 능력이 필요하고 경제 주체들의 신뢰가 쌓여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분기 월 평균 실질 가계소득은 물가 급등으로 1년 전에 비해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세금ㆍ공적연금ㆍ사회보험 등 비소비 지출이 급증하고 식료품ㆍ연료비 등 필수적 소비 지출도 5.3% 늘어 가계의 월 평균 흑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1.6% 줄었다.
특히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의 소득격차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이 8.41배로 나타나,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가장 나빠졌다. 대부분의 가구가 허리띠를 졸라매온 지난 1년 동안, 상위 20%의 흑자폭은 4% 늘어난 결과다.
비록 1~3월의 통계라고는 하나 새 정부가 본격적인 정책 이니셔티브를 행사한 이후에도 이런 추세가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는 어디에도 없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 침체로 일자리 증가는 여전히 목표치의 절반을 약간 웃돌 뿐이다. 정부의 의도적인 고환율정책에 힘입어 그나마 대기업 중심의 수출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으나, 원유 등 수입물가 급등과 원자재난에 따른 물가 부담과 중소기업의 고통이 가중되는 등 부작용도 크다.
더 걱정되는 것은 정권의 상황관리 능력 상실이다. 정교한 액션 플랜을 자랑했지만 ‘고유가 쓰나미’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고, 한미 쇠고기 협상 파문으로 인적ㆍ물적 자원의 부실이 뿌리째 드러났다. 감세와 추경예산 등을 둘러싼 당정 갈등을 보는 것은 민망할 정도다. 경제의 부침이 심하고 외부환경이 나쁠수록 정부는 명확한 정책 메시지를 던지고 하나씩 실적을 쌓아가야 하는데, 그저 우왕좌왕할 뿐이니 딱한 일이다.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