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쓰촨(四川)성 지진 피해지역인 베이촨(北川)의 한 임시학교를 방문, 칠판에 ‘多難興邦’(다난흥방)을 써내려 갔다. 좌전(左傳)에 나오는 말로 시련이 많은 나라는 시련이 국민을 채찍질해 결국 나라를 융성하게 만든다는 얘기이다. 원 총리는 “현재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면 분명히 희망의 내일이 있다”며 어린 학생들에게 말했다.
중국 지도부가 민심이반을 막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구호품이 일반 시장으로 빼돌려지는 비리가 잇따라 터져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21일 더양(德陽)시 뤄장(羅江)현 읍내에서 주민 수천명이 구호물품을 실은 화물트럭이 한 상점에 물품을 들여놓으려는 것을 발견하고 해명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유혈 충돌했다. 격분한 주민들은 관리들과 경찰을 구타하고 경찰 차량까지 부수었다.
청두(成都)시내에서는 일반 시민들이 구입할 수 없는 ‘구호전용’ 천막이 버젓이 나돌고 있어 구호물자가 엉뚱한 곳으로 샌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에는 구호물자 비리에 대한 분노가 들끓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최고의 감찰기구인 공산당중앙기율위와 쓰촨성 정부가 구호품 유통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고 리청윈(李成雲) 쓰촨성 부성장이 긴급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사회에 만연한 부정과 비리가 국가적 대재난에도 어김없이 끼어 들어 중국인들의 단결을 해치는 상황이다.
지진 발생 12일째인 이날 쓰촨(四川)성 피해지역에서는 도시 재건이 이뤄지면서 흩어진 가족들을 찾는 이들로 어수선했다.
쓰촨성 현지 매체인 성도만보(成都晩報)와 청두(成都)TV 등은 헤어진 가족들을 찾아주는 코너를 신설해 가족들을 연결해주고 있다. 성도만보는 원촨(汶川)현 잉슈(映秀)진의 여고생 양쑤(楊瀟ㆍ17)양이 생사를 모르는 아버지와 어머니, 여동생 둘 등 가족 4명을 찾는다는 사연을 게재했고, 방송들은 가족찾기 긴급 프로그램을 편성하거나 방송 화면 밑에 찾는 가족들의 사연과 연락처를 내보내고 있다.
통신회사와 포털사이트 등도 '실종자 찾아주기' 홈페이지를 운영중이다. 부모와 자식의 소재를 모르는 수십만영의 이재민의 생이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지진은 세계적인 유물인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의 병마용(兵馬俑)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홍콩 빈과일보는 “병마용 박물관의 일부 전시관은 안전상태를 점검 중”이라며 “일부 병마용이 지진 충격으로 부분적으로 파손됐다“고 전했다.
이날 현재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5만 5,740명, 실종 2만 4,960명, 부상 29만 2,418명이며, 집을 잃고 임시 수용소 등으로 옮겨진 주민은 1,136만 7.929명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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