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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뚱보 생활 지침서

입력
2008.05.2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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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린 매클러 지음ㆍ이순미 옮김/ 메타포 발행ㆍ344쪽ㆍ1만2,000원

성인여성의 80~90%가 자기 몸매를 불만족스럽게 여긴다는 통계가 새삼스럽지 않은 다이어트 광풍시대다. 하지만 그것은 왜 정녕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일까?

열다섯 살 소녀 버지니아 쉬리브스. 아빠는 스포츠광인 회사 임원이고, 엄마는 아름다운 몸매를 지닌 잘 나가는 청소년심리학자다. 언니와 오빠 역시 똑똑하고 출중한 외모의 퀸카와 킹카다. 반면 버지니아는 헐렁한 원피스를 입었을 때 “혹시 임신했느냐? ”고 비꼼을 당하는 이른바 ‘뚱녀’다.

몸매에 대한 품평에는 무사태평한 버지니아지만 화장실에서 “내가 그렇게 살이 쪘다면 자살했을꺼야”라는 친구들의 험담을 듣자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배가 고플 때마다 위가 가득차도록 생수를 마신다’ ‘한 입 먹을 때마다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한 가장 오랫동안 입안에 넣고 씹는다’ 같은 구호를 되뇌며 음식조절을 하는 버지니아의 다이어트 분투기는 눈물겹다.

허나 그것이 자신의 욕망에 따른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 지배되는 것임을 버지니아가 깨닫는 계기는 다소 놀랍다. 범생이 같던 오빠가 연쇄강간으로 정학을 당하게 되기 때문. 가족으로서 미안한 마음에 버지니아는 피해자인 애니를 만나기 위해 나서는데…. 애니가 우울해하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녀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고 해서 내 인생이 망가지지는 않았어, 미래의 내 인생은 내게 달려있어, 내게 선택권이 있는 거야”라며 오히려 버지니아에게 충고한다. 애니의 말이야말로 작품의 핵심 메시지다.

“있잖아, 너 진짜 좀 마른 것 같다”는 아빠의 말에 기뻐하는 대신 어느덧 “아빠가 내 몸에 대해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빠가 논할 문제가 아니야”라고 대답하는 버지니아의 모습은 다른 사람이 들이대는 잣대를 극복함으로써 얻는 정신적 자유의 소중함을 나지막이 그러나 단호하게 웅변한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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