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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EBS 공동 논술기획/ 잡종문화와 동도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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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EBS 공동 논술기획/ 잡종문화와 동도서기

입력
2008.05.2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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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문화 수용 태도' 정확히 파악해야

■ 논제

필자가 말하는 ‘잡종문화’와 ‘동도서기’를 비교하는 타당성에 대해 검증해보고, 이 글에서 말하는 ‘잡종문화’의 구체적 현상을 제시한 후 그것의 가치를 논술하시오. (전체가 하나의 완전한 글이 되도록 하되, 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사용하지 말고 본인의 언어로 기술하시오. 1,200자)

*제시문 전문은 ebsi(www.ebsi.co.kr) 논술방에 게재

■ 학생글>

제시문에서는 '동도서기'와 '잡종문화'를 비교하고 있다. 동도서기는 말 그대로 동양의 '도'와 서양의 '기'를 조합한 것이다. 이념은 동양의 것으로 기계는 서양의 기계를 사용한다는 뜻, 즉 이념과 기술을 분리해서 생각하였다. 그에 비해 잡종문화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문화를 다른 나라의 문화와 조합하여 우리나라만의 문화가 아닌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문화를 만든다는 뜻으로 이념과 기술을 분리하지 않았다. 위 제시글에서는 이러한 둘의 차이를 타당성 있게 비교하고 있다.

잡종문화라는 것은 일방적으로 외국의 문화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문화를 세계화시키는 것이다. 일본의 예를 들자면, 원래 카레라는 것은 일본의 것이 아닌 인도의 전통 음식이었다. 인도의 카레는 향이 강하여서 다른 나라의 사람들은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음식이었다.

①그러한 카레를 일본의 덮밥과 조화시켜서 카레라이스라는 형태의 '잡종문화'를 만들어 세계화에 성공하였다. 카레와 덮밥을 세계에 알린 것이다.

②하지만 덮밥의 형태를 띄었다고 해서 카레라이스를 일본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카레라이스는 카레와 덮밥이 결합된 음식이다. 일본이 만들었고 덮밥의 형태를 띄고 있다고 하여서 일본의 문화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것은 일본문화도 인도문화도 아닌 말 그대로 잡종문화인 것이다.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는 있으나 본래의 성질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③세계화를 위해서 형태를 변형시킴으로서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게 되고 그 문화와 다른 문화가 또 결합하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게 된다면 결국 정말로 ‘토종문화’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모두 문화들이 뒤섞인 잡종문화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체성을 가진 국가 또한 사라지게 되고 결국에는 문화를 알리는 데에 유리한 선진국이 더욱 강해지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문화를 세계화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며 문화를 세계화하지 않는다면 그 나라는 발전이 없는 나라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문화’라는 것이 ‘세계화’보다 중요하다.

④잡종문화처럼 우리 본래의 문화가 아닌 문화를 세계에 알린다면 차라리 안 알리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외래문화와 우리문화를 섞는 잡종문화의 형태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수만은 문화 중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문화를 찾아서 하나둘씩 차근차근 알려나가는 것이 단순한 세계화가 아닌 우리문화의 본질을 가지고 있는 세계화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세부첨삭

[1단락]

동도서기와 잡종문화에 대한 개념정의를 주된 내용으로 삼았습니다. 동도서기가 서양의 것을 겉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속은 동양의 정신을 삼는다는 내용을 적절하게 제시했습니다. 잡종문화는 이러한 이원적 체제가 아니라 융합되어 변화되는 새로운 문화임을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논제에서 요구하는 비교가 타당성이 있다고 전개했지요. 논제를 보세요.

우리가 다루어야 할 할 논제는 ‘필자가 말하는 ‘잡종문화’와 ‘동도서기’를 비교하는 타당성에 대해 검증해보고, 이 글에서 말하는 ‘잡종문화’의 구체적 현상을 제시한 후 그것의 가치를 논술하시오.(전체가 하나의 완전한 글이 되도록 하되, 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사용하지 말고 본인의 언어로 기술하시오. 1,200자)’입니다.

논제를 살펴보면 전반부의 핵심적 내용인 타당성을 검증하라는 부분과 직결되는 내용임을 알 수 있죠. 그런데 타당성을 검토할 때, 그 기준을 두 요소의 개념정의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서 엄밀한 의미에서는 타당성 검토가 적절하게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렇게 다르다.

그런데 타당하다.’는 논조죠. 그렇다면 무엇이 타당한지, 둘을 단순 개념 나열하는 것이 타당한 것이지 살펴볼 필요가 있지요. 고등학생 수준에서 이만큼이라도 전개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가능하다면 이보다 좀 더 면밀하게 전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두 개념이 외래문화에 대해 갖는 태도의 차이를 분명히 부각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단순 개념 나열보다 훨씬 비교 대조 범위가 명확해지기 때문에 의도대로 잡종문화를 강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논제 제시 여부만 본다면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어느 정도 논제에 대한 인식은 있다고 봅니다.

[2단락]

구체적 예로 일본의 카레라이스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카레라이스는 인도에서도 먹는 음식이지요. 그러니까 일본만의 문화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일본의 예보다 우리문화의 예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집단적으로 연주되던 농악이 서양식의 실내악으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 사물놀이라든지, 사물놀이에 서양의 연극적 요소와 공연요소를 극대화한 것이 난타라든지 하는 우리 문화를 사용하는 게 더 논리적 뒷받침이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①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인도도 밥에 카레를 부어 먹거나 비벼먹는데, 이 문제는 해결이 되나요? 카레라이스가 반드시 일본 것이라고 하기에는 어색합니다.

[3단락]

제시문 취지에 어긋납니다. 잡종문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파악하고 있군요.

② 논제를 포함하는 문제제기가 아닐 경우 의문문을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의문문이 많아지면 논제가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입니다.

③, ④ 잡종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잡종문화는 긍정적 대상이라는 점을 제시문에서 파악해야 합니다. 다음의 제시문 내용을 다시 읽어보세요. 제시문 저자가 잡종문화를 적극적으로 육성하자는 주장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미국의 문화가 (중략) 그것과 국소적 문화가 섞이고 그 과정에서 국소적 문화가 재발견되고 그 중 어떤 것은 다시 글로벌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이질화, 파편화와 같은 정반대의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다.

(중략) 그렇지만 우리 것 중에는 세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화적 요소들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어떤 이는 한국의 음식과 의복이 세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 이것 이외에도 더 많은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은 이론적으로 찾기 힘들다. 이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문화적 잡종을 만들어 우리 문화를 세계화시키는 실험을 해야 한다.

이론만으로는 알 수 없고 실험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진취적인 ‘문화 실험가’도 키워야 하고 ‘문화 실험’에 대한 사회적 지원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동도서기나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고정된 담론에 만족하지 않는 것이다. 잡종 문화의 실상은 이러한 단순함을 뛰어 넘기 때문이다.’

[4단락]

우리가 다루는 논제는 잡종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잡종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을 전개했습니다. 논제의 기본적인 방향을 잘못 이해한 것이죠. 결과적으로 논제 해결 실패입니다.

김상규ㆍ서울 장훈고 교사ㆍEBS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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