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23일 “심신 장애로 퇴역 처분을 받은 피우진(52) 예비역 중령에 대한 항소심 법원의 판결을 수용, 상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6년 11월 퇴역 처분이 내려진 이후 1년 6개월 만에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날 국방부를 방문한 피씨는 기자실에 들러 “방금 전에 소식을 들어서 아직 어리둥절하다”면서도 차분하게 앞으로의 계획과 소감을 털어놓았다. 이날 피씨는 국방부의 상고 포기와 동시에 ‘예비역’ 꼬리표를 뗐다. 소송까지 벌이며 날을 세웠던 그 조직에 다시 현역 육군 중령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명예를 찾았으니 복직 후 바로 전역하는 것이 상례일 수도 있는데, 군 복무를 계속 할 거냐는 질문에 피 중령은 짧게 답했다. “네.” 도대체 어떤 대답을 기대했느냐는 투다. 그 동안 그렇게 싸웠는데 돌아오고 싶다니.
“지금껏 군에 섭섭하단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절차에 문제가 있어 고치려고 소송을 냈던 거죠. 현재의 건강 상태가 아니라 병력을 가지고 근무가 가능한지를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겁니다.” 그가 싸운 대상은 군도, 국방부도 아닌 잘못된 제도였을 뿐이라는 얘기다.
피 중령은 2002년 유방암 판정 후 가슴 절제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을 회복했지만 이후 군 신체검사에서 심신장애 2급 판정이 내려져 퇴역 처분을 받았다. 1심과 2심 법원 모두 피 중령의 체력과 건강이 현역 복무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며 군의 퇴역 처분 취소를 판결했다.
“사실 대법원에 상고를 할 줄 알았는데, 포기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군의 변해가는 모습을 봤습니다. 환영하고 감사드립니다.”
1년 6개월이나 떠나 있었던 군대다. 무슨 일을 하고 싶을까. 1978년 소위로 임관한 피 중령은 81년부터 2005년까지 헬기 조종사로 활약했다. “원래 상태로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조종간을 다시 잡고 싶습니다.” 물론 “군에서 (지금의 건강 상태를 파악해) 무리라고 판단하면 따라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역시 군인이다.
잃은 것과 얻은 것. 그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았는데 시간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피 중령의 정년은 이제 내년 9월까지다. 그래도 “제2, 제3의 피 중령이 나오지 않게 된 것”은 큰 소득이다.
국방부는 피 중령 사건 이후인 지난해 8월 군인사법 시행규칙을 개정, 심신장애 1~7급이라도 무조건 퇴역(또는 제적)이 아니라 본인이 희망할 경우 심의를 통해 복무를 허용하도록 했다. 피 중령은 제도가 바뀐 이후에 자신과 비슷한 경우로 복무를 계속할 수 있게 된 군인들로부터 고맙다는 전화를 많이 받은 것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복직과 함께 민간인 신분으로 해 왔던 모든 정치활동은 중단한다. 피 중령은 4월 총선에서 진보신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낙선한 바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힘이 나는 사람”이어서 그간의 고생은 괜찮다는 그는 “그래도 시민단체 등 도와주신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공을 돌렸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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