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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힐러리를 누가 말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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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힐러리를 누가 말릴까

입력
2008.05.2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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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이 끝내 ‘우아한 퇴장’을 외면할 모양이다. 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오바마 상원의원의 승리로 사실상 판가름 나면서 힐러리가 명예로운 사퇴를 궁리하고 있다는 말이 들렸다.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이 힐러리의 부통령후보 티켓을 모색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도 그런 조짐으로 비쳤다.

그러나 힐러리는 23일 언론 회견에서 사퇴설을 일축하면서, “1968년 경선 때도 로버트 케네디가 6월 암살됐다”고 은연중 오바마의 암살 가능성을 명분으로 삼았다. 비난이 쏟아지자 군색한 해명과 사과를 했으나 아름다운 패배는 이미 물 건너갔다.

■다음달 1일 푸에르토리코와 3일 사우스 다코다 및 몬태나 주 예비선거를 남겨둔 상황에서 힐러리는 확보 대의원 수에서 1,780 대 1,967명으로 뒤진다. 남은 3곳 대의원은 다 합쳐 100명이 안 된다. 다만 선거규칙을 어겨 무효 처리된 미시간과 플로리다 주 예비선거 결과를 되살리는 데 성공하면 한 가닥 희망이 있다 그러나 단숨에 판세를 뒤집기는 어렵고, 8월 전당대회까지 경선을 끌고 가면서 오바마의 결정적 실언 등을 기대하는 길이 있을 뿐이다. 이런 요행수에 매달리는 절박한 심정에 몰려 스스로 ‘망언’을 내뱉은 듯하다.

■힐러리는 ‘강인한 싸움닭’의 사악한 본성을 드러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오바마의 대중 선동적 면모를 공격해온 그가 미국인이 ‘못 다 이룬 이상’으로 추억하는 케네디 형제의 비극을 악의적 선동에 이용한다는 인상을 준 때문이다.

특히 케네디가의 막내인 민주당 원로 에드워드 케네디가 뇌종양을 앓는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망발을 서슴지 않아 그토록 내세우던 정치적 경륜마저 의심받고 있다. 그는 가뜩이나 미시간과 플로리다 주 선거의 무효판정 재심을 요구한 것과 관련, 원칙에 충실한 정직성을 오바마가 감히 견줄 수 없는 미덕으로 자랑하던 면모가 크게 손상됐다.

■힐러리의 추락은 미국 역사 상 첫 여성 대통령을 기대한 여성 유권자들에게 깊은 좌절감을 안겼다. 특히 나이 많은 백인여성들은 여성차별 ‘유리천장’이 꼭대기부터 깨지는 감동을 생전에 경험할 수 없는 것을 한탄한다.

그러나 당장 급한 것은 “힐러리를 누가 말릴까”라는 구호처럼 당찬 힐러리가 승산 없는 싸움을 이 쯤에서 끝내도록 말리는 것이다. 이 힘든 설득을 맡을 이로 낸시 페로시 하원의장 등 여러 여성 지도자가 거론되지만 힐러리의 고집을 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남편 클린턴에게 기대할 도리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강병태 수석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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