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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지진 현장에서 본 중국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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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지진 현장에서 본 중국의 희망

입력
2008.05.2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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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四川) 대지진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중국 지도부의 대처능력에 국제사회의 갈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월 스트리트저널 등은 중국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이 소임을 다하려는 적극적인 자세와 효율적인 대응능력을 부각시켰고, 결과적으로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앞두고 티베트 문제와 관련해 일었던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을 잠재웠다고 평가했다. 재해 현장을 누빈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세계에 깊은 인상을 심었다. 엄청난 인명을 앗아간 지진이 오히려 중국을 도왔다는 얄팍한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외 찬사 받은 정부 지도부

하지만 현장에서 주민들의 재난 대처를 지켜봤던 외국인으로서 갖는 느낌은 지도부보다 중국 인민이 더 위대하다는 쪽이다. 최대 피해지역인 원촨(汶川)현 잉슈(映秀)진을 찾았을 때 인상 깊었던 것은 인민해방군, 소방대원들과 함께 시신을 나르면서 헌신적인 활동을 펴는 젊은 자원 봉사자들이었다. 이들 중 한 명인 쓰촨대 음대 4학년 리총총(李聰聰ㆍ22)씨는 피해상황을 알려 달라는 질문에 “저 쪽 건물에서 50명, 이 쪽 건물에서 50명이 죽고…”라며 울음을 터트렸다. 그의 울음에는 한 마디로 형용하기 어려운 여러 느낌이 있었다.

이들 자원봉사자는 티베트 사태 후 애국적 열풍을 주도했던 ‘80후(後)’세대다. 개혁 개방 정책이 도입된 직후인 1980년 이후 태어난 이들은 이기주의가 강해 사회의 응석받이로 여겨졌지만 위기가 발생하자 선배들보다 과감했다. 이들이 만들 중국은 더욱 강하고 아름다울 것이다.

젊은이들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주민들의 개방적인 태도였다. 청두(成都) 인근 펑저우(彭州)시 자연제방 붕괴 현장을 접근하려 할 때 경찰이 제지했다. 발길을 돌릴까 고민하던 순간 한 주민이 자신의 오토바이 뒤에 타면 현장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제의했다. 돈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피해가 알려지고, 피해주민의 고생이 보도돼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 기자임에도 경운기에 선뜻 태워준 현지 주민의 호의, 아버지를 찾아 산길을 오르는 도중에 비상식량으로 마련한 삶은 계란을 낯선 이방인에게 나눠주던 회족(回族) 여인, 가파른 비탈길에서 손을 내밀던 인민해방군 병사의 모습 등도 잊혀지지 않는다. 현장을 취재한 한국 동료 기자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민초들의 열린 마음과 호의는 개혁 개방 30년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쓰촨의 벽지까지 세계와 연결된 열린 곳이 됐고, 주민들은 세계 시민의 수준에 올라와 있었다. 텐트에서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이들의 민도(民度)는 과거와 분명 달랐다. 이것이 중국의 진정한 저력인지 모른다.

그러나 더 위대한 건 민초들

하지만 지진 발생 열흘이 지나자 재해 구호 물품을 빼돌린 비리 사건이 발생해 주민들이 경찰과 유혈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고질적인 부패의 사슬이 어김없이 작동했다. 지진으로 붕괴된 7,000여 개 학교의 부실시공, 망가진 지진예보 시스템에 대한 책임논란은 제대로 논의되지도 않는다.

원자바오 총리는 재해 지역 임시학교에서 시련이 많은 국가는 시련이 백성을 분발시켜 나라를 흥하게 한다는 ‘다난흥방(多難興邦)’이라는 성어를 언급했다. 중국 지도부가 이번 지진을 통해 백성뿐 아니라 국가체제도 분발시켜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다.

이영섭 베이징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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