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3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부결된 데 대해 “코멘트하지 않겠다”며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민감한 사안이니 만큼 섣불리 언급을 해 굳이 불필요한 논란을 더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공식 반응은 삼갔지만 일단은 안도의 분위기가 강했다. 해임건의안이 가결됐을 경우 청와대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됐을 게 뻔한 만큼 그런 상황은 피했다는 일말의 안도감이다.
그러나 청와대 일각에서는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면 야당을 핑계로 정 장관을 경질할 수 있어 위기 국면 돌파에 큰 도움이 될 것인데 그렇게 안 된 것이 오히려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섞여 나왔다.
여야 정치권은 해임건의안 부결 이후 각자의 입장에서 공방을 거듭했다. 한나라당은 해임건의안 부결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압박용으로 삼았고, 통합민주당 등 야권은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쇠고기 재협상과 정 장관 사퇴를 거듭 주장했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해임건의안 부결은 야당 내에서도 쇠고기 협상의 책임을 물어 정 장관을 해임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는 증거”라며 “특히 쇠고기 협상과 연계해 한미 FTA 비준안을 저지하려는 야당의 당론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야당 내에도 분명하게 있음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이어 “해임건의안 표결 결과를 보면 국회의장이 왜 비준안을 직권상정해 표결에 부쳐야 하는지가 명백하게 드러난다”며 “야당 내에서도 비준안 처리 의견이 있는 만큼 국회의장은 직권상정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야당은 일단 사과했다. 민주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해임건의안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국민 여러분들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대변인은 “해임건의안이 부결됐다고 정 장관의 과오가 지워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협상에 대해 송구한 마음이 있다면 정 장관 거취 문제를 분명히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이 해임건의안 표결에 불참한 것은 공당의 모습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대변인도 “온 국민을 불안에 빠뜨리게 한 정부 책임자 해임이라는 최소한의 요구도 관철시키지 못해 개탄스럽다”며 “그러나 전면적 재협상을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좌절하지 않고 장관고시 연기와 재협상 실현을 위한 장외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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