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12개국 정상과 정부 대표들이 23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에서 회담을 갖고 유럽연합(EU)과 유사한 성격의 남미국가연합(Unasur)을 출범시켰다고 공식 선언했다.
남미국가연합의 출범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가 회원국인 기존 남미공동시장과,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로 이뤄진 안데스공동체(CAN)가 통합됐다. 여기에 칠레 가이아나 수리남 베네수엘라까지 합류, 프랑스령 기아나를 제외한 남미 모든 국가의 3억8,800만 인구가 사상 최초로 단일 깃발 아래 연합하게 됐다. 남미국가연합은 국내총생산(GDP)이 2조3,500억 달러로 미국 EU 일본 중국에 이은 다섯번째 거대 시장이다.
다우존스통신은 기구 출범을 주도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회원국이 각자의 주권을 유지하되 공통 이해에 협력한다는 점에서 EU와 성격이 유사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상들은 역내 자유무역협상 촉진, 에너지ㆍ통신 부문 통합 가속화, 농업 및 식량정책 공조, 기업 및 사회공동체 통합 노력 확대 등 21가지 목표에 합의했다. 매년 두 차례 외무장관 회담을 정례적으로 개최하고 남미국가연합 의회도 구성해 볼리비아에 본부를 두기로 했다. 임기 2년의 초대 순번의장으로 지명된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남미지역 공통이해에 대한 협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이 이날 순번 의장직을 거부하고 남미안보협의회 결성도 반대, 무산시키는 등 시작부터 알력을 노출하기도 했다. AFP통신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 콜롬비아 칠레 정부와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등 좌파정부의 갈등 해결이 성패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콜롬비아군이 3월 에콰도르에 숨어있던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을 공격한 이후 두 나라의 관계는 현재 최악이다. 우리베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FARC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브라질 등 다른 회원국은 반대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남미국가연합은 남미 지역의 대미 의존을 종식시키는 기구가 돼야 한다”고 주장, 앞길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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