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모르고 도전하는 게 참 무서운 일 같아요.”
세계적인 청바지 브랜드 제임스진의 수석 디자이너 임승선(37ㆍ미국명 션림)씨는 학부까지 마치고 도미한 토종 디자이너로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
제임스진은 세븐진, 트루릴리전 등과 더불어 최근 세계 프리미엄 진 시장을 이끌고 있는 선두 브랜드 의 하나로,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날씬해 보이는 청바지’로 소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앙대 의상학과 졸업 후 시카고예술대학원에서 유학한 그는 석사 과정을 끝낸 후 뉴욕으로 건너가 쿠오(QUO)라는 브랜드를 만들었고 2003년 지인들의 권유로 청바지 사업을 시작했다.
“대학원을 갓 졸업했을 때는 머리가 크다고 할까, 자신감과 무모함으로 가득했죠. 그래서 곧장 제 브랜드를 열었고요. 원래 제임스진은 제 의상 컬렉션 중 일부인 청바지에 붙였던 품목 이름이었어요.”
니트와 하의, 드레스 등이 주요 품목이던 그의 컬렉션 중 하의가 인기가 많긴 했어도 시범적으로 만들었던 청바지에 대한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때마침 청바지가 활동성 좋은 의상에서 스타일을 완성하는 품목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소위 프리미엄 진 시장의 활성화 시기였다.
본격적으로 청바지 브랜드를 발표하기 앞서 그는 당시 인기있던 프리미엄 진 제품을 100개 이상 갖다 놓고 치수와 원단 등을 따져 봤다고 한다.
“청바지가 남자 비즈니스여서 그랬는지 막상 살펴보니 날씬해 보이면서도 섹시한 느낌을 주는 청바지는 없는 거예요. 저는 나이가 많든 적든, 날씬하든 그렇지 않든 모든 여자는 섹시해 보이고 싶어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그는 청바지만을 위한 디자인 원칙을 새로 세웠다. 이름하여 ‘SLL’. 몸매를 날씬하고(Slimming) 길면서(Lengthening) 탄력 있어(Lifting) 보이게 하는 청바지를 만든다는 이야기다. 여성의 마음을 고려, 엉덩이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뒷주머니에 넣은 다트는 제임스진의 상징이기도 하다.
물론 힘든 일도 많았다. 뉴욕에서 활동하던 그가 청바지의 본고장인 동시에 친구 한 사람 없는 낯선 곳 로스앤젤레스에서 공장 계약부터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준비도 덜 된 상태에서 주문은 밀려들었고 기존 프리미엄 진 업체들의 견제도 심했다. 동양인인 점도 그가 겪은 어려움에 한몫하지 않았을까.
“아뇨, 전혀 없었어요. 전 동양인이어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은 핑계 같아요. 다행히 제가 예민한 성격이 아니어서 최악의 상황은 대비하되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긴 하지만요. 그리고 솔직히 그런 생각할 틈조차 없이 바빠요. 화장실 가는 시간이 아까워 참는 게 버릇이 돼 병이 났을 정도예요.”
임씨는 최근 위즈위드(www.wizwid.com)와의 협력 작업을 통해 청바지 뿐 아니라 베스트, 원피스 등으로 아이템을 확장한 ‘W 콘셉트 바이 션’(W concept by SEUN)을 국내에 선보였다. 이 제품들은 7월말까지 온라인에서만 판매될 예정으로 그의 디자인 출발점인 ‘종합 여성 의류’로 회귀한 셈이다.
여기에도 여전히 ‘결점을 감추는 것’이라는 그의 디자인 철학은 강조된다. “만약 다리가 길어 보이고 싶다면 바지와 양말의 색을 맞추는 게 좋겠죠. 이렇게 쉬운 것만 신경써도 정말 달라 보일 수 있어요.”
청바지를 멋있게 입는 법을 물었다. “글쎄요, 전 한국 분들이 청바지를 드라이클리닝 하는 게 좀 이상하던 걸요. 그리고 청바지는 뒤태가 중요한 옷이어서 속옷을 깔끔하게 정리해 입어야 더 예뻐 보여요. 무엇보다 자신감 있는 자세를 강조하고 싶네요. 여성들이 조금 더 당당해지면 좋겠어요. 미국에 살면서 한국 여성의 몸매가 정말 예쁘다는 걸 실감하고 있거든요.”
김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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