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버트먼 지음ㆍ김석희 옮김/루비박스·328쪽·1만5,800원
1922년 11월 이집트 ‘왕가의 계곡’에서 투탕카멘 왕의 무덤이 발견됐다.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발굴한 그 유명한 황금가면의 머리맡에는 3,500여년 전에 놓여진 한 묶음의 화환이 있었다. 화환을 놓은 사람은 어쩌면 스무 살도 안된 어린 나이에 과부가 된 안케세나멘 왕비였는지도 모른다. 터키에서 고대 히타이트의 수도인 하투사스 왕궁 유적이 발굴됐다.
1만여점의 명판(銘板) 가운데 안케세나멘 왕비가 히타이트 왕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제 남편은 돌아가셨고, 저는 아들이 없습니다. 아들 하나를 보내주시면 제 남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신하들 중에서 골라 남편으로 삼기는 싫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히타이트의 왕은 정말 아들 중 한명을 보냈으나 이집트로 가는 도중에 살해됐다. 이집트의 유력자들이 저지른 짓이었다.
안케세나멘은 늙은 궁신을 남편으로 맞아들였고, 2년 후에는 군사령관 하렘하브에 의해 왕위를 찬탈당했다. 그 후 안케세나멘에 대한 기록은 없다. 그녀의 무덤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캐나다 윈저대 문화사 교수로 있는 저자는 수메르, 이집트, 하라파, 트로이, 폼페이, 진시황릉, 마야와 잉카의 도시 등 26가지 고고학적 발굴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생동감 넘치는 필치로 전해주고 있다. 수메르문명의 유적인 메소포타미아의 우르를 발굴한 레너드 울리는 한 왕묘에서 순장된 호위병 6명과 여인 68명의 유해를 찾아냈다. 28명의 여인은 머리에 황금 리본을 달고 있었다.
그런데 한 여인의 유해에서는 은으로 만든 머리 리본이 있었다. 그 리본은 주머니 속에 똘똘 말린 채로 들어있어 보존상태가 좋았다. “그녀는 왜 리본을 머리에 달지 않았을까. 장례식에 늦는 바람에 제대로 몸치장을 할 시간이 없었을까?”
수메르문명과 같은 시기 인도 인더스강 주변에는 하라파, 모헨조다로 같은 고대 도시가 번성했다. 영국 동인도회사가 1856년 철도를 부설할 때 지반이 약해 이들 도시의 폐허에서 수백만개의 벽돌을 가져다 노반으로 깔았다. 영국인들은 먼 옛날 번성했던 도시의 역사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저자는 고대인들의 삶을 지금 우리 곁에서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생생하게 엮어내지만 그들의 유골이 세상의 덧없음을 말해준다는 점을 놓치지 않는다.
남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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