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광주비엔날레의 뚜껑이 열렸다. 9월5일부터 11일9일까지 66일간 선보일 36개국, 160명의 작가가 만든 1,339점의 출품작이 확정, 공개됐다.
‘주제 없음’을 주제로 하는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오쿠이 엔위저 예술총감독과 인도 출신 랜지트 호스코테, 한국의 김현진 큐레이트가 전체 전시를 꾸미고 있다. 전시는 ‘연례보고(Annual Report)’라는 중립적인 타이틀 아래 ‘길 위에서(On The Road)’, ‘제안(Position papers)’, ‘끼워넣기(Insertions)’의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섹션은 최근 1년여간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은 38개 전시를 광주로 옮겨 재현하는 ‘길 위에서’. 독특한 상상력과 거대한 스케일로 ‘아나키텍처’라는 독창적인 방법론을 개발해낸 미국 작가 고든 마타 클락의 지난해 뉴욕 휘트니미술관 전시가 소개된다.
아나키텍처는 아나키와 아키텍처의 합성어로 ‘건물 자르기’라는 뜻. 파리 퐁피두센터를 만들기 위해 철거 중이던 아파트 두 동에 구멍을 내 안팎을 연결하거나 뉴욕 허드슨 강변 물류창고의 벽면을 뚫어 어두운 내부에 기하학적 빛의 그림자를 떨어뜨리는 식의 작업이다.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에 독일관 작가로 참여했던 작가 한스 하케의 뉴욕 파울라 쿠퍼 갤러리 전시도 선보인다. 낡은 소파와 수를 놓은 베개를 이용한 92년 설치작품 ‘트리클 업(Trickle Up) 1992’ 등이 전시된다.
그러나 개별작품뿐 아니라 전시 자체도 비엔날레의 참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발상은 광주비엔날레가 비엔날레의 고유 책무 중 하나인 현대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를 포기하고 세계미술의 트렌드를 추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자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엔위저 총감독은 “주제 지향적인 비엔날레들이 슬로건에 머무는 탓에 전세계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며 “비엔날레만이 할 수 있는 이런 실험이 다양성을 한 곳에 모은 박람회와도 같이 독특한 여행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두 번째 섹션 ‘제안’은 다섯 명의 담당 큐레이터들이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기획한 소규모 전시로 이뤄진다. 광주 재래시장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펼치는 박성현 큐레이터의 ‘복덕방 프로젝트’, 5ㆍ18 광주 민주화항쟁의 정신을 기리는 거리행렬 프로젝트인 클레어 탄코스 큐레이터의 ‘봄’ 등이 소개된다.
광주비엔날레를 위해 특별히 기획된 새 프로젝트들이 소개되는 세 번째 섹션 ‘끼워넣기’에는 42명의 작가와 14명으로 구성된 6개 팀이 참여한다. 조은지의 진흙 퍼포먼스, 부부작가 돌로레스 지니와 후안 마이다간의 설치작업과 함께 과학자 작가 이론가 등이 전쟁에 관한 이슈를 행위예술로 보여주는 ‘전쟁사전’전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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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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