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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공선옥의 '소박한 밥상' 맛보고… 김연수의 '나라 밖 산책' 들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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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공선옥의 '소박한 밥상' 맛보고… 김연수의 '나라 밖 산책' 들어 볼까

입력
2008.05.2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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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만찬/공선옥 지음/달 발행ㆍ272쪽ㆍ1만2,000원 여행할 권리/김연수 지음/창비 발행ㆍ292쪽ㆍ1만2,000원

두 일급 소설가의 산문집이 나란히 나왔다. 제목이 보여주듯 공선옥(45)씨는 음식을, 김연수(38)씨는 여행을 각각 소재로 삼았다.

공씨가 책을 밥상 삼아 펼쳐놓은 26개 음식은 모두 소박한 것들이고, 대개는 요리되기 이전의 식재료다. 고구마, 쑥, 감자, 머위, 죽순, 부추, 더덕…. 너무 흔해서 데면데면하기까지 한 먹거리들이지만, 공씨는 이것들을 자신의 추억과 감정에 정성껏 절이면서 어느새 푸짐한 성찬으로 만든다. 공씨가 책 서문에 음식을 맛과 건강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세태를 “제 입에 들어가는 음식에 대한 모독”이라 쏘아붙였던 이유도 자연스레 밝혀진 셈이다.

공씨의 음식 이야기는 많은 기성세대들이 공유할, 넉넉지 못했던 시골마을에서의 어린날을 기억으로 호출한다. 쌀이 귀했던 시절, 앞장서 허기를 달래준 고구마. “고구마가 떨어지면 보릿고개다. …삼월 삼짇날께가 돌아오면, 집집마다 썩은 고구마 삶는 냄새가 진동한다. 썩은 고구마와 잔챙이 고구마를 삶아서 최후의 고구마 잔치를 벌이는 것이다.”(19쪽) 작가를 비롯한 ‘전라도 촌가시내들’은 봄이 다가도록 쑥을 캤다. 먹을 것도 아니면서 무작정 캐놓고는 잊어버렸다가 “설이 가까운 어느 날, 엄마가 먼지 탱탱 둘러쓴 뭔가를 물에 풀고 있으면 그때서야 ‘아, 쑥떡’ 했다.”(28쪽)

김씨의 산문집엔 1999년 도쿄부터 2007년 버클리까지, 취재 여행 혹은 작가 교류 프로그램 참석차 해외에 머무르며 경험하고 느꼈던 바가 담겼다. 그의 산문은 명민한 관찰력과 진지한 태도, 예상 못한 지점에서 비죽 나오는 유머감각이 어우러져, 그의 소설과는 또다른 묘미를 준다. ‘깐두부만 먹는 훈츈 사람 이츈대씨’ ‘아바, 내가 푸르미보다 진실되지 못한 밤비여서가 아니라’ 등 10편의 글마다 길쭉하게 달린, 어쩐지 엉뚱해 뵈는 소제목부터가 작가의 남다른 감각을 일러준다.

김씨에게 국경을 넘는 일은 낯선 체험과 마주하는 일이자 문학적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작업이고, 작가로서 자신을 새삼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기회다. “지역적 문학, 즉 피로 연대하는 문학은 없다”는 스웨덴에 입양된 한국계 동갑내기 여성작가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김씨는 “문학이 국경수비대의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고 다짐한다(222쪽).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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