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 신촌 이화여대 캠퍼스. 학교 정문쪽 ECC빌딩 앞 8.5m 높이 철골 구조물에 이 학교 총학생회 정복희(23ㆍ체육4) 부회장과 김슬기(23ㆍ간호4) 간호대 학생회장이 올라가 시위를 벌였다. 총학 관계자는 “지난달 28일부터 ‘ECC 빌딩 상업화 반대’, ‘등록금 동결’ 등을 요구하는 단식 농성을 벌였으나, 학교측이 무성의하게 대응해 고공 시위에 나섰다”고 말했다.
주요 대학들이 외형을 부풀리기 위해 2005년 이후 마구잡이식 수익사업에 나서면서, 가뜩이나 비좁은 캠퍼스에 학생 지갑을 노린 극장, 고급 레스토랑, 할인점 등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학교는 벌어들인 돈은 학생을 위해 쓰여진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업체와의 계약내용 공개 ▦수익금 내역의 투명한 회계처리 등 학생 요구는 외면해 빈축을 사고 있다.
25일 주요 대학에 따르면 상아탑으로 불렸던 캠퍼스가 2005년 이후 잇따라 상업시설에 점령당하고 있다. 이대는 올해 초 총 3만4,000㎡(1만1,700평) 규모의 ECC(Ewha Campus Complex)를 완공했는데, ‘알짜배기 공간’은 스타벅스와 씨네큐브 등 외부업체에 임대했다. 서강대도 지난 22일 삼성테스코와 계약을 맺어 이 업체 대형 할인점인 ‘홈플러스’의 2010년 교내 입점을 허가했다.
고려대에서도 ‘고엑스’(고려대 코엑스)로 불리는 중앙광장 지하1층에는 각종 프랜차이즈 업체와 PC방이 성업 중이며, 홍익대는 지난해 말 완공한 16층짜리 홍문관에 인터넷 포털업체, 고급 레스토랑 체인 등이 영업점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맺었다.
대학이 ‘상아탑’ 이미지를 포기하고 상업화를 용인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실제로 서강대와 이대, 홍익대 등은 연간 수 십억원의 추가 수익이 예상된다.
신촌의 A부동산 관계자는 “이 지역 상업시설은 3.3㎡당 분양가와 월 임대료가 각각 500만원과 50만~60만원(보증금 1,000만원 포함)”이라며 “대학이 임대해 준 빌딩의 규모와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연간 임대수입은 30억~5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해당 학교 학생들은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는 등 학교측이 불투명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강정주(24ㆍ국문4) 이대 총학생회장은 “수 차례 공문을 보내 ECC 상업시설에 대한 임대조건 등을 밝히라고 요구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있다”며 “학교측이 뭔가를 숨기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강대 한 학생도 “학교는 좋은 측면만 부각시키지만, 캠퍼스에 할인점이 들어선다는 것에는 반대”라고 말했다.
수익금이 학생을 위해 쓰이는지 여부도 논란이 대상이다. 한 관계자는 “2005년 이후 수익사업에 열을 올린 A대학의 경우 학생 1인당 장학금(2005년 53만→51만원)이 오히려 감소했으며, B대학도 등록금 중 학생복지 지출 비율(26.6%→25.7%)이 줄었다”며 “캠퍼스 상업화는 학교만 살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 hk.co.kr강희경기자 kbstar@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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