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산업이라고 불리는 증권업. 그 중에서도 자산을 직접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운용업은 자본시장의 꽃이다. 펀드매니저 등 자산운용사 직원들은 자본시장의 최전방 전투요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초를 다투는 손놀림에 ‘억’ 단위의 돈이 사라지기도 하고 생기기도 한다. 이 같은 작업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기 때문에 취업 장벽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 보통 대학에서부터 경영학을 전공하고 MBA 등 취득하기 어려운 자격증을 가지고서야 업계에 명함을 내밀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올해 2월 국내 대표적인 자산운용사인 삼성투신운용에 출근하기 시작한 해외투자팀 조형진(29ㆍ사진) 주임의 예를 보면 ‘뜻이 있는 자에게 길이 있다’는 격언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조 주임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복수전공하긴 했지만, 원래 컴퓨터공학도다. MBA 같은 자격증도 없다. 석사학위가 있긴 한데 엔터테인먼트학 전공이다. 경력은 병역특례로 NHN에서 근무한 것이 전부로 금융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이런 그가 어떻게 그 ‘콧대 높은’ 증권업계에 입성할 수 있었을까? 그가 밝히는 취업 비결을 들어보자.
▦선배들의 성공사례를 분석하라
그가 금융권으로 가야겠다고 본격적으로 마음을 먹은 건 재작년 12월. 마음은 먹었지만 금융권 인맥이 거의 없었던 그에게는 어떤 직종, 어느 회사를 택해야 하는지부터가 막막한 일이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한 것이 바로 금융권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수집하는 일이었다. 조 주임에게 이런 일은 낯설지 않았다. 대학에 다닐 때 소위 ‘자기계발운동’에 참여하면서, 분야별로 성공한 대학 선배들에게 들은 성공비결을 <드림스파이> 라는 책으로 엮어내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드림스파이>
친구와 선후배들을 통해 소개 받은 금융권 종사자들을 직접 인터뷰한 결과 공통적인 조언이 있었다. 첫번째, 거의 모두가 회사 선배의 추천을 받았다는 것. 공급이 폭발적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대부분의 직종은 빈 자리가 잘 나지 않기 때문에 내부추천에 의한 채용이 많다.
둘째, 산업 전반에 대한 지식과 어떤 포지션을 택할지는 볼트(Vault Inc.)사의 커리어가이드 서적을 참조하라는 것.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이 책은 특히 금융이나 컨설팅 등에 대한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사전지식을 제공한다고 그는 귀띔했다.
▦네트워크는 바늘구멍도 열어 제낀다
증권업계 채용시장은 만차 상태의 주차장과 같다는 얘기가 있다. 고급차이건 국민차이건, 비는 자리를 빨리 포착하고 가까이서 맴도는 차가 주차를 할 수 있다. 증권업계 채용도 학벌 등의 객관적인 자격조건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맥을 통해 채용시장에 근접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
조 주임 역시 대학시절부터 모임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멘토링 모임인 ‘대학생 미래공작소’, 10년 후를 준비하는 ‘십년후’, 이제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사회초년생모임’ 등을 만들어 활동했다. 금융권에 취업하기로 마음먹은 후 그는 지난해 초 여의도 금융인 모임인 ‘와인과 금융’을 동부화재에서 근무하는 친구와 함께 만들었다.
조 주임은 모임을 통해 알게 된 인맥들을 통해 금융권 내부에서 오가는 실시간 채용정보를 누구보다 빨리 알 수 있었고, 지인의 추천을 받아 취업에 당당히 성공했다.
▦발로 뛰고 필사적으로 매달려라
조 주임은 지원할 회사를 알아보기 위해 주말을 이용해 여의도, 강남, 광화문 일대의 큰 빌딩숲을 헤집고 다녔다. 그는 “인터넷 홈페이지만 봐서는 그 회사가 건실한지 잘 감이 안 온다”면서 “괜찮은 회사다 싶으면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집에서 정리하다 보니 수십 개의 회사로 압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몇 번이나 면접을 보고 절망한 적도 있었지만, 갈수록 좋은 회사를 판단하고 자신을 적절히 표현하는 면접 기술도 쌓여갔다.
삼성투신운용에서는 같이 일할 팀원, 인사팀, 경영진 등 3번의 면접을 치렀다. 질문은 주로 업무태도나 금융지식에 대한 것이었다. ▦왜 이 포지션에 지원했는가 ▦이자율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신문기사를 영어로 번역해보라 ▦인터넷 관련 주가의 전망은? ▦1억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배분하고 투자하겠는가 등이었다.
조 주임은 “마지막으로 보다 필사적으로 매달릴 것을 당부한다”며 “지원할 회사를 알아보거나 지인에게 추천을 부탁할 때에 대충하지 않고 성의를 다한다면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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