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를 포함한 공공기관 개혁은 지난 대선과정을 통해 국민적 동의영역을 확인한 새 정부의 필수적 과업이다. 새 정부의 재량적 선택 사안이 아닌 만큼 이제 공공부문 개혁의 청사진과 실행계획이 가시화해야 할 시점이다. 역대 정부가 예외 없이 공공부문 개혁을 부르짖었지만 그 결과는 초라했던 과거의 용두사미적 개혁 시도가 반복되지 않도록 주도면밀한 목표수립과 전략 마련은 물론이고 국민적ㆍ정치적 동의를 재차 이끌어낼 수 있는 원숙한 정치ㆍ행정과정을 전개해야 한다.
‘총론 찬성, 각론 반대’가 문제
다수 국민들은 공공부문 개혁이 국민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건강한 정부’로 바로 서게 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총론적 입장에서 찬성하면서도, 자신과 집단, 지역의 이익이 맞닿는 각론에 들어서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당수 국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쇠고기 파동의 예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총론적인 찬성과 각론적 반대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반대 집단과 이의(異議)제기 국민들을 이해ㆍ설득 시키는 과업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총체적 국민이익의 판단과 선의(善意)의 정치적 목표에 대한 균형된 토론은 설 땅을 잃게 된다는 점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민영화를 포함한 공공기관 개혁은 이명박 정부가 경제 살리기 공약을 완수할 수 있는 역량과 동력원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경우에 따라서 반대세력을 설득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또 다른 좌절을 안겨 주게 될 것인지를 판별해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미, 민영화가 되면 수돗물이 하루 14만원, 감기 진료비가 10만원이라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괴담 수준으로 떠돌고 있음은 공공기관 개혁에 대한 의도적 거부집단이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인 민영화가 만능이 아님은 분명하고 민영화에 따른 문제점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민간에 맡기면 정부가 소유할 때보다 경쟁력을 갖추며 그 성과가 이용자 국민들에게 귀속됨으로써 민영화로 인한 이익이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충분히 능가할 때만 민영화의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이지, 정치이데올로기에 기초하거나 아니면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공기관 개혁의 추진과정에서 극복되어야 할 난제는 노무현 정부 때 추진했던 혁신도시계획과 어떻게 양립시키느냐이다. 이미 주요 공공기관 이전 계획이 혁신도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영화ㆍ기관통합ㆍ폐지는 자연히 해당지역 기존 계획의 전면적 재수정이 불가피함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기관 개혁을 준비ㆍ발표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의 어려움을 상쇄할 수 있는 실천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해당지역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노조를 포함한 공공기관 구성원들의 저항도 임기응변식 대응으로는 설득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들이 우려하는 고용 승계와 기초안전망의 불확실성을 완화, 제거해줌으로써 다수 구성원들의 비판적 지지를 끌어안을 수 있는 정치적 포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설득하면서 체계적 추진을
개원하는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여당이라고 해서 정치권의 동의를 구하는 작업이 결코 용이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혁신도시 지역의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개혁총론에는 찬성하나 자신의 지역구에 공공기관 혁신의 불똥이 떨어지는 것을 방관할 국회의원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여야 제도정치권의 합의와 지지를 이끌어 낼 때 개별 기관ㆍ개별 지역의 반발을 대화 테이블의 공식 의제로 올릴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공공기관 개혁의 방향과 내용을 마무리함에 있어 대통령실의 지나친 관여는 자칫 세부적인 문제점과 저항요인으로 인해 개혁의 큰 흐름이 손상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기업 개혁 주무부서와 행정 각 부처의 체계적인 역할 분담이 모색되어야 한다.
오연천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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