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은 "가볍게 왔는데 무척 떨린다"며 2005년 <달콤한 인생> 이후 칸을 두 번째 찾은 소감을 밝혔다. 그는 칸에서 공개된 <좋은 놈, 나쁜 이상한 놈> (이하 <놈놈놈> )이 최종판이 아님을 누차 강조했다. 놈놈놈> 좋은> 달콤한>
서부극이라는 극히 이례적인 장르를 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그 동안 해보지 못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었다"며 "멜로는 판타지가 없고 SF는 단편으로 어느 정도 갈증을 해소해 서부극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칸 상영 프린트와 국내 개봉 프린트가 다른 이유는.
"<놈놈놈> 의 경우 제작비가 많이 들었고 기대들을 많이 하니 여러 대안을 염두에 두고 촬영했다. 칸에 소개된 프린트는 영화제 아니면 감독이 쉽게 내놓을 수 없는 판이다.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과 관객이 생각하는 재미는 다르지 않은가. '오마주'를 바친 <석양의 무법자> 가 오페라라면 <놈놈놈> 칸 상영판은 하드록이고 국내개봉판은 그보다 흥겨운 로큰롤이라고 할 수 있다." 놈놈놈> 석양의> 놈놈놈>
- 한국영화 불황기에 대작 만든 부담은 없나.
"솔직히 없다고는 말 못하겠다. 영화 찍을 때는 몰랐다. 배우들과 촬영장에서 재미있게 놀다가 돌아와보니 사람들이 걱정하고 궁금하게 생각해 놀랐다. 내용에 어울리는 좋은 그림을 뽑아내려다 보니 제작비가 초과했다. 그러나 관객들이 미국 블록버스터에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턱없이 (돈이) 모자랐다. 스태프와 배우가 맨 몸으로 (부족한 제작비를) 메웠다."
- 영화 연출 계기와 영향을 준 작품은 무엇인가.
"어느날 송강호가 말을 타고 쌍권총 휘두르며 황야를 달리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나 한국에서 서부극은 미국에서 만든 태권도영화 만큼 이질적이라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고 이만희 감독의 <쇠사슬을 끊어라> 를 보게 됐다. 한국에서 '만주 웨스턴'이 한때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를 복원해 관객에게 재미를 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3명의 대치구도는 <석양의 무법자> 에서 차용했다. 두 작품서 영감과 모티프를 얻었다." 석양의> 쇠사슬을>
- 정작 송강호는 말을 한번도 타지 않는다.
"캐스팅 후 알아보니 송강호가 말을 정말 무서워 하더라. '(영화 <각설탕> 서)임수정도 탔는데 왜 못 타냐'고 구박을 좀 했다(웃음). <쇠사슬을 끊어라> 의 오토바이 질주 장면을 보고 송강호가 오토바이를 타면 더 재미있으리라 생각했다. 이병헌도 말을 무서워해 촬영 초기 정말 힘들었다." 쇠사슬을> 각설탕>
- 스타 3명을 제어하기 힘들지 않았나.
"'괴물보다 더 무서운 배우 송강호와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는 이병헌, 감독 데뷔를 앞둔 정우성과 이 영화를 온전히 끝낼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이번 영화를 찍으며 송강호가 훌륭한 배우 이전에 훌륭한 인간이었구나라고 깨닫게 됐다. 그는 단역까지 챙겨가며 내 우려를 많이 덜어줬다."
-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인간들의 끝 없는 욕망이 얼마나 철저한 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좀 위험한 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관객들은 만주 벌판을 시원하게 달리는 민족적 판타지를 느낄 수도 있다. 미국에서의 옛 서부처럼 만주가 우리 선조들에게 미개척의, 꿈의 공간이던 만주를 그리고 싶었다."
- 영화 찍으면서 특별히 힘들었던 점은.
"배우들 액션장면엔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아 부상들이 많았다. 정우성은 말에서 떨어져 팔이 부러진 줄 모르고 위험한 장면 촬영을 강행했다. 다행히 깁스를 하지 않고도 뼈가 붙었다. 모래바람이 불어 닥치는 중국에서의 촬영은 무척 힘들었다. 그러나 홍어찜을 먹고 다시는 안 먹는다고 하고선 또 생각 나는 것처럼 다시 중국에 가고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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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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