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3시40분께 한강변에 위치한 서울 동작구 A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서울중앙지법 판사 3명이 소음 측정기의 수치 변화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빠~앙’하며 전철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자 61~63데시벨(dB)을 오르내리던 측정기가 어느새 68dB 이상으로 훌쩍 뛰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4부 임채웅 부장판사와 배석판사 2명은 생활소음을 둘러싼 재판과 관련해 현장 검증을 하기 위해 이날 소송의 현장을 직접 찾았다. 재판부는 A아파트 주민 590여명이 평소 올림픽대로와 노들길을 지나는 차량과 전철, KTX 차량 때문에 교통소음이 심하다며 서울시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을 담당하고 있다.
경찰 등 수사기관만뿐 아니라 판결을 내리는 법원도 사건의 이해를 돕고자 현장 검증을 종종 실시하고 있지만, ‘생활소음’과 관련한 현장검증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 부장판사는 “소음이 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 환경관련 소송은 사안의 특성상 현장체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소음측정은 주민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실내에서도 이뤄졌다. 현재 환경기준치는 건물 5층까지는 실외 소음 65㏈ 이하, 건물 5층 이상부터는 실내 소음 45㏈ 이하로 제한돼 있다. 판사들은 실내 소음의 정도를 가늠하기 위해 1층부터 꼭대기층까지 6가구를 일일이 돌아다니며 직접 소음을 체험했다.
현장검증에 앞서 오후 2시께는 서울 성동구의 한 모델하우스에서 45㏈에서 80㏈까지의 인공 소음을 만들어 소음의 정도를 체험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가 아파트 실내에서 측정한 소음수치는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았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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