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우거진 창가에 커다란 아톰 인형과 장난감 로봇이 놓여있다. 이곳은 서울 삼성동 iHQ 사장실. 누군가는 ‘한국 최고의 스타메이커’로 추켜세우고, 누군가는 스타 파워를 앞세워 횡포를 부리는 ‘연예폭군’이라고 힐난하는, 정훈탁(41) iHQ 대표가 일하는 곳이다.
가수 조용필의 로드매니저로 시작해 연예매니지먼트사 싸이더스HQ와 영화제작사 아이필름, 드라마 외주제작사 캐슬 인 더 스카이, 케이블방송 YTN 미디어 등을 거느린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대표로 우뚝 선 그와 얼굴을 마주했다. 호(好)와 오(惡)가 팽팽하게 길항하는 그는 인물정보란에 입력된 증명사진으로 짐작했던 것과 달리 시종 웃는 인상이었다.
- 장난감 로봇을 좋아하시나봐요.
“네. 아톰을 특히 좋아해요. 곁에 두고 있으면 든든해요, 절 지켜줄 것 같아서.”
-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셨어요. 연기나 연출을 하는 게 보통인데 어떻게 매니지먼트 사업에 뛰어들게 되셨어요?
“학교 다닐 때 연극을 세 편 정도 했는데, 안민수 교수님이라고, 그분이 연기보다는 기획을 하는 게 좋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발음도 안 좋고 연기도 별로 안 맞는 거 같다면서요. 그 선생님이 워낙 뛰어나신 분이라 그 말을 들어야 될 것 같아서 바로 접었죠.
저 스스로도 무대 위에 올라가면 겁만 나지 재미는 못 느꼈어요. 뒤에서 스태프로 일하는 게 훨씬 재밌고…. 그러다 대학 2학년 때 선배 이벤트 회사를 나가기 시작했어요. 올림픽 때라 응원 이벤트 같은 게 많았거든요. 그렇게 적성을 찾아간 거 같애요.”
- 그럴 걸 연극영화과는 왜 가셨어요?
“처음에는 요리사가 되고 싶었어요. 요리랑 의상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러려면 좋은 대학교를 가야 되는데 워낙 많이 놀아서 성적이 안 좋았어요. 연극영화과는 주위 친구들이 ‘잘 노니까 맞지 않겠냐’ 해서 반신반의하고 지원했는데 붙었죠. 제가 아들만 아홉 중에 막내예요. 아버님은 반대하셨는데, 형들은 재수하면 더 말썽부릴 테니까 다니다 편입하라며 밀어줬죠. 그런데 졸업까지 하게 됐어요.”
- 날라리셨어요?
“네. 그런 편이었어요. 멋 부리는 거 되게 좋아하고…. 제가 구정초등학교, 영동중학교, 영동고등학교를 나왔는데, 강남에서 자라서 그런지 외향적인 친구들이 많아요. 공부 많이 안 하는 그런 친구들과 많이 어울렸어요. 대학에서도 학교생활은 거의 안 하고 바깥 친구들이랑만 놀러 다니다가 과 선배한테 ‘학교를 왜 그렇게 엉망으로 다니냐’고 얻어 맞은 적도 있죠.”
-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셨나봐요.
“아버지는 굉장히 부자였어요. 사업을 하셨는데 수완이 좋았어요. 땅도 많이 갖고 계셨고. 그런데 노인정 세워주는 자선사업에 다 쓰시고, 자식들한테는 결혼할 때 집 한 채씩 사주는 게 다였나? 저한테는 장난감이란 걸 사주신 적이 없어요. 장난감을 갖고 싶으면 전략을 세워야지 졸라서 될 일이 아니에요.
강남권 애들은 아놀드 파마, 라코스테, 이런 메이커 되게 좋아했거든요. 저는 중학교 때 동대문 시장에서 중고품 떨이 사다가 빨고 다려서 애들한테 10배 값에 팔았어요.
고등학교 때 애들이 나이트클럽 가려면 대학교 학생증이 필요하잖아요. 그거 가짜로 만들어서 팔기도 하고. 생활력이 강했어요. 돈 버는 걸 되게 잘 했고. 아버지가 참 똑똑하신 분이셨던 게 내가 아버지 돈 그대로 받아 썼으면 유학 가서 스포츠카 다고 다니면서 이상하게 살았을 거예요. 지금 이렇게 된 게 아버지 영향인 것 같아요.”
- 어릴 때부터 이재에 밝고 사업 마인드가 있었다는 얘긴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건 언제부터예요?
“전 어릴 때부터 빨리 사회에 나가고 싶었어요. 형들이 많아서 모이면 맨날 그런 소리를 들으니까, 자연스럽게 빨리 수컷이 되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대학교 4학년 때 아버지께 내가 좀 차리고 싶은 게 있으니 장가갈 돈 3,000만원만 미리 좀 달라고 했죠.
그때 아버지가 뭘 보셨는지 선뜻 주시더라구요. 그래서 압구정동에다가 모델 에이전시를 만들었는데, 친구들하고 버는 족족이 놀고 쓰고 하다가 1년 만에 도산했어요.
졸업도 해야 되는데 어떻게 할까 하다가 우연히 가요계 일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음악을 전혀 못하거든요. 그런데 또래보다는 좀 전략적이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음악을 배우면서 그 비즈니스를 빨리 이해할까, 음악관계자를 많이 아는 사람이 누굴까 생각해봤더니 조용필씨더라구요.
그래서 무작정 전화번호부를 찾아 연락을 드렸어요. 친형님 조영일씨가 받더라구요. 그래서 그 분에게 제가 연극영화과 나왔는데 매니저 일을 해보고 싶다 그랬더니, 니가 생각하는 매니지먼트랑 다르니까 공부나 계속 하래요. 그래도 나는 알고 싶다,
가끔 전화 드려도 되냐, 했더니 ‘그러든지’ 하더라구요. 세 달 동안 일주일에 한두 번씩 전화를 드려서 안부도 묻고, 조용필씨가 텔레비전 나오면 그걸 모조리 모니터 해드렸어요. 세 달쯤 되니까 ‘너 임마, 왜 자꾸 귀찮게 하냐’고 혼내면서 한 번 와보라고 하시더라구요. ‘매니저는 너처럼 끈기가 필요한 직업이니까 한번 따라다녀 봐라’ 해서 조용필씨 매니저를 하게 됐죠.”
- 그런데 매니저라는 직업이 그 당시만 해도 대학 졸업한 사람들이 선호할 만한 직업은 아니지 않았나요?
“대학 졸업자는 제가 첫 번째라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저는 제가 뭘 잘하는지를 알았던 거 같애요. 하고 싶은 거랑 할 줄 아는 걸 잘 구분 짓는 놈이었던 거죠. 내가 잘 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 경영을 하는 것도 아닌 거 같고 건설업을 하는 것도 아닌 거 같고, 이쪽 분야를 보니까 재미있으면서 지치지 않을 것 같아요.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조금 더 전략적으로 생각한다면 재밌는 분야가 되겠다 싶었죠. 이건 시장이다라는 생각을 했죠. 어차피 생활이 어느 정도 이상 되면 문화라는 건 그 생활에 맞게 자연스럽게 따라오잖아요.
외국을 보니까 우리나라도 그 정도로 성장할 때인 것 같았어요. 분명 내가 살아있는 동안 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조급하지 않았어요. 변칙도 안 썼어요. 로비, 누구 돈 주는 거, 이런 거 한번도 안 해봤어요. 밑바닥부터 올라갔어요. 단기적으로 올라가려고 하지 않고 오래 가려고 했어요. 오래 하려면 신뢰가 제일 중요하니까.”
조용필을 ‘모시는’ 동안 정 대표는 한번도 그에게서 시선을 뗀 적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머리는 잘 됐나, 어깨에 뭐가 묻었나 끊임없이 살피고, 담배를 찾는 것 같으면 담배를, 귀를 후비면 휴지를 즉각 대령했다. 조용필을 너무 좋아하고 존경해서 그 모든 게 ‘영광’이었다. 20대 초반의 막내가 서열 2위의 수행매니저로 급성장할 정도로 조용필의 신임과 사랑을 얻었다.
하지만 정 대표가 영화와 TV드라마의 OST 제작이라는 상업적인 행로를 밟으면서 조용필과는 자연스럽게 결별하게 됐다. 음반이 망하면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독립한 정 대표는 그러나 이후 승승장구 했다. 무명을 발굴해 스타로 키워내는 실력은 발군이어서 정우성 전지현 김지호 장혁 박신양 등 그가 만들어낸 스타들은 열거하기조차 버겁다.
- 전지현 정우성 전도연 김혜수 임수정 조인성 하정우 장혁 공유 성유리 윤계상 등 싸이더스HQ에 소속된 스타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못해 휘황해요. 스타가 될 재목들을 보는 안목은 어떻게 기른 거예요? 이 사람들이 어떻게 될 거라고 아셨어요?
“되리라고 누가 알아요. 나도 모르지.(웃음) (정)우성이는 압구정동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하던 친구였어요. 선배가 한번 보라고 해서 봤는데, 눈빛이 너무 좋은 거예요. 만화에 나오는 눈빛처럼, 아픔도 있고, 우수도 있고, 기본적으로 선함도 있고…. 근데 그 당시에는 다들 그 친구는 안 된다고 했어요. 키가 너무 커서, 그건 모델이지 배우가 아니래요. 상대 배우랑 맞지 않으니까 카메라가 못 잡는다고.
김지호는 그 언니를 알아서 소개를 받았는데, 얼굴은 예쁜 얼굴이 아닌데 계속 보고 있으니까 명랑함과 중성적인 보이시함, 에너지, 풋풋함 이런 것들이 느껴져요. 그건 당시 배우들이 TV 드라마에서 무수히 흉내내고 있던 것들이었어요. 아, 이 친구를 갖다 놓으면 바로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사진작업을 해서 여기저기 보여줬는데 다 싫대요.
인중도 이상하고, 이빨도 토끼 같고, 암튼 다 싫대요. 장혁도 처음엔 다들 정우성 ‘삐짜’라고 했어요. 하지만 너무 진실하고, 세상에 이런 놈이 있나, 모자라다 싶을 정도로 착하고 순박한 친구거든요. 똑똑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만약 마지막에 최후의 몇 명만 배우로 남는다고 하면 난 그 중에 장혁이가 들어간다고 봐요.
박신양은 대학 친구라 걔의 진지함을 내가 잘 알죠. 그 친구 연기는 기존 배우들이 외모 가지고 하는 연기와는 달랐어요. 시간이 좀 걸리지만 분명 될 거라고 생각했죠. 될 거라는 믿음. 배우와 매니저와의 관계는 매니저가 배우한테 미치고 어느 하나라도 꽂혀야 돼요. 얼굴이 예쁘고 충분히 자질 있어도 한계가 있어요.
내가 그 사람을 위해서 혼을 팔아야 되는 거예요. 이걸 꼭 알려주고 싶어 미치겠어서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매니저가 필요한 거죠. 누구나 다 될 수 있어요. 다들 지금 배우지 그 전부터 배우로 타고 나는 건 아니죠. 만약 기자님도 내가 어릴 때 만나서 기자님한테 뭔가를 봤다면 모르는 거예요. 그렇게 만나지는 거 같아요.”
- 전지현씨는 어땠어요, 처음 봤을 때?
“지현이는 잡지에서 처음 보고선 사진을 오려 붙여놓고 오래 봤어요. 제가 원래 그런 스타일인데, 한 달쯤 보니까 매력이 있는 게 어떤 기운이 돌더라고요. 그 친구가 고등학생 때예요. 그래서 만나微?연락을 했는데 엄마랑 같이 나왔더라고요. 처음엔 고개 푹 숙이고 쭈뼛쭈뼛 하면서 말도 못해요. 그런데 질문을 받고 ‘네?’ 하면서 올려다보는데 눈빛이 탁 오더라고요.
그 때 얘는 잘못 기르면 악마 같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얘한테 녹아나는 사람이 너무 많겠는데, 얘가 마음 잘못 먹고 가면 세상을 확 뒤흔들 수도 있겠다, 굉장히 큰 힘이 느껴지더라구요.”
- 예뻤나요?
“아주 아름다웠어요. 귀하게 생겼더라고요. 참 괜찮다, 느낌이 참 희한하다 했죠. 전지현의 매력은 빨리 백지가 된다는 거예요. 어느 순간 탁 치면 소년도 나오고, 요염함, 청순함, 백치미, 여러 가지가 나와요. 그러다 스윽 하면 확 지워져요. 무엇보다도 얘는 동작이 예뻐요. 그냥 무심히 장난칠 때도 동작이, 선이 예뻐요. 얼굴 예쁜 사람은 많지만 그건 굉장히 드문 매력이거든요. 동작이 예쁘면 질리지 않아요.
지현이는 여자 도인 같은 아이예요. 자기가 자기 마음의 결을 아주 깨끗하게 잘 다스려요. 연기력이니 뭐니 여러 가지 말들이 많잖아요. 이런 좋지 않은 반응들에 연연하지 않아요. 금방금방 잘 지우는 거 같아요. 전지현이란 아이콘은 소비자들이 재미있어 할, 여러 가지로 갖고 놀 수 있는 가장 좋은 엔터테이너예요. 빨리빨리 지우고 갖고 놀 수 있는 아이콘.”
- 드라마 <온 에어> 에서 매니지먼트사 사장이 하는 대사 중에 “분칠한 것들 믿지 말라”는 대사가 있었어요. 키워놓으면 떠나는 스타들 때문에 배신감 많이 느끼셨을 것 같은데 어때요? 온>
“인연이라는 건 기간이 있는 거 같아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건데, 어떤 목적에 의해서 인연을 끊는다면 그건 바보예요. 목적에 의해서 끊고, 나만 살자고 끊는 건 슬픈 일이에요. 하지만 이런 건 이해해요. 모든 인간은 자라면서 주체가 되고 싶어한다는 것. 나는 이제 초연해졌어요. 많이 겪어보기도 하고…. 그럴 때면 무작정 산에 가요. 산을 올라가면서 내가 얼마나 착한 놈인지 스스로 세뇌해요.
자꾸 예쁘게, 예쁘게. 그렇게 걷다 보면 내가 정말 착한 인간이 돼 있어요. 그게 아무것도 아닌 거야. 모든 게 잠시 머물렀다 가는 거예요, 엄마건 돈이건 명예건. 잠시 함께 있을 때 어떤 추억을 만들까를 연구하면 돼요. 30대엔 나도 생각 못했어요.”
- 이런 척박한 연예계 풍토에서도 정우성씨나 전지현씨 하고는 10년 넘게 함께 일하고 있어요.
“언젠간 다 헤어질 거예요. 사실 키웠다라는 그런 말이 어딨습니까. 키웠다는 생각 때문에 배신이라고 느끼는 거예요. 같이 잘 살아온 거예요. 내가 걔들 덕을 더 많이 봤죠.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건 그 친구들 때문이에요.”
- 좋은 매니저는 어떤 매니저일까요?
“스타들의 마음을 안정감 있고 풍요롭게 만드는 것, 그게 매니지먼트예요. 일을 많이 따주는 게 다가 아니에요. 스타와 매니저는 공존하는 거지, 혼자 가는 게 아니에요. 매니저와 배우의 궁합이 중요해요.
나는 매니저들한테 무조건 자기 배우 모니터를 하라고 해요. 배우를 사랑하는 방법은 배우가 연기하는 모니터를 보는 거예요. 나는 어릴 때 현장에서 모니터 들여다 보다가 제작진한테 혼도 많이 났어요. 하지만 내 배우를 너무 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사랑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 대표님한텐 적이 많아요. 신인들 끼워팔기 한다, 개런티 너무 올려놨다, 연예기획사가 공룡이 돼서 제작현장을 초토화한다 이런 비판들 많이 받았잖아요.
“적이 많다는 건 아군도 많은 거라고 생각해요. 적이라는 건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어떻게든 생기는 거예요. 적이 많아지면 아군이 더 많아지는, 그런 싸움인 거 같애요. 그게 어떤 적이냐, 잘못된 적일 때는 무너뜨려야 되는 거죠.
저에 대한 비판들은 비열한 자들이 하는 얘기 같아요. 어떤 분야가 산업화 된다는 것은 각자 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한 번씩 소리를 내서 그들의 애로가 뭔지 다 드러나고, 합리적으로 룰이 형성된다는 거예요. 옛날에는 모든 게 방송국 중심이었죠.
프로듀서 중심. 그게 이동한 거예요. 배우들이 한번 소리 내고, 매니저들이 한번 소리 내고, 이제 뭐 스태프들, 녹음실 같은 데서 소리가 나오겠죠. 지금은 그 과정이에요. 그렇게 해서 전체적으로 재편되는 거예요. 기득권을 자꾸 뺏기니까 하는 얘기들이죠.
돈을 많이 바란다? 아니, 돈 많이 안 바라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결과를 놓고 얘기해 봅시다. 지금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누가 돈을 벌어요? 결국 방송국이에요. 우리 회사 같은 경우도 적자에요. 다 적자라구요. 그렇게 돼 있어요, 구조가. 카피라이트를 우대해 주는 것도 아니고, 방송사가 100% 다 주는 것도 아니고, 나머지 제작비는 니네가 갖다 써라 하는데, 이 룰 속에서 간신히 버티는 거예요.”
- 사업이 너무 다각화돼서 적자가 나는 거 아니에요? 게임산업에 테마파크 조성까지 안 걸치는 데가 없잖아요.
“그건 이 사업을 20년 해보면 당연히 한 덩어리라는 걸 알게 돼요. 그게 한국 토양에 맞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생각해요. 원 소스를 가지고 드라마도 하고 영화도 하고 한 곳으로 모아줘서 여러 가지를 만드는 것, 이게 효율적이죠.
테마파크도 한번 쓰고 부수는 세트를 모아 놓으면 관광 수익을 낼 수 있다구요. 산업이라는 게 단계가 있어요. 지금은 이게 꼬마애인 거 같아요. 걸음걸이도 배워야 하고 글도 깨쳐야 돼요. 꼬마애한테 돈 벌어오라고 소매치기, 구두닦이, 껌팔이 같은 앵벌이를 시키면 안 되죠.”
정훈탁이라는 이름을 대한민국의 가장 유명한 매니저로 각인시킨 것은 그의 능력만이 아니다. 미혼인 그는 가장 유능한 스타메이커인 동시에 가장 화려한 스캔들메이커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인, 전지현과의 결혼설로 세상을 놀래켰던 그. 그는 결혼설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3,0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 전지현씨와의 결혼설은 왜 그렇게 독하게 소송을 하셨어요?
“아닌데 그러니까 그렇죠.”
- 보통 아니어도 아니라고 해명한 다음엔 무시하고 넘어가잖아요.
“그 때는 굉장히 괘씸한 시기였어요. 회사가 어렵고 전지현씨가 CF 재계약으로 압박을 받을 때였어요. 거기다 대고 팡 터트렸잖아요. 사실이 아닌 줄 알면서도 자기네가 얻어지는 게(매체 홍보) 있으니까 우릴 이용한 거죠. 나는 이용당하는 느낌이어서 너무너무 안 좋았어요. 그런데 돈은 아직 안 받고 있어요. 돈 받으려고 그런 게 아니니까.”(웃음)
- 유독 전지현씨 하고 그런 소문 많았아요.
“아니에요. 다른 얘기들도 많아요. 송혜교도 우리 회사 왔을 때 제가 송혜교랑 썸띵이 있었고, 그래서 전지현이 삐쳐서 회사를 나간다, 이런 소문이 있었어요. 임수정이 왔을 때도 그렇고. 이 친구들이 잘 되면 다 나랑 사귀어서 잘 되는 줄 아나봐요. 세상 모든 남자가 날 죽이고 싶겠다, 이런 생각도 했죠.(웃음) 내가 사귀던 여자도 한번 그래서 헤어졌어요. 그런 거 잘 견딜 것 같더니 힘들어 하더라고요.
지현이가 결혼하든지 내가 결혼하든지 해야 편안하게 가지…. 그런 건 있겠죠. 걔가 사춘기 때부터 나를 만나서 어디 가서 얘기할 때 내가 참 좋은 사람이라고 하니까, 그 친구는 만나는 사람도 몇 명으로 정해져 있고 그러니까, 칭찬하고 그런 걸 남들이 보기에 오해할 수 있는 거죠.”
- 결혼은 왜 안 하세요? 사실 예쁜 여배우들만 보며 사는 것도 생활인으로선 괴로울 것 같아요. 눈이 하늘 꼭대기에 있으시죠?
“아니에요. 소개 좀 시켜 주세요. 요즘은 선을 볼까 어쩔까 싶어요. 걱정이 좀 드는 게 나 같은 경우는 나이 먹어서 바보 같은 짓도 많이 할 것 같은데 유식한 친구가 하나 옆에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 저는 역사 얘기해주는 거 되게 좋아해요. 내가 모르는 거 얘기해주는 거. 많이 아는 친구가 좋아요.”
- 역사 교사가 딱이겠는데요?
“좋아요, 저는.(웃음) 이제는 진짜 결혼도 해야죠.”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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