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패권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돌아가는 순간 이날 극적인 ‘승부차기 드라마’를 연출한 두 주인공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3ㆍ맨유)와 존 테리(27ㆍ첼시)는 그라운드에 눈물을 흩뿌렸다.
극과 극의 대조를 이루는 눈물이었다. 호날두는 에드윈 반데르사르가 니콜라 아넬카의 슈팅을 막아내자 얼굴을 감싸 쥐고 그라운드에 쓰러져 눈물을 흘렸다. 감격과 안도의 눈물이었다.
호날두는 이날 전반 24분 선제골을 터트리며 ‘첼시 징크스’ 탈출에 성공하는 듯 했다. 호날두는 이 경기 전까지 맨유 입단 후 첼시를 상대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그러나 승부차기에서 ‘지옥 구경’을 해야 했다.
2-2로 맞선 상황에서 맨유의 3번 키커로 나선 호날두의 오른발 슈팅은 피터 체흐에게 가로 막혔다. ‘골을 넣은 선수는 승부차기에서 실패한다’는 축구 속설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호날두를 외면하지 않았다. 4-4에서 존 테리가 첼시의 5번 키커로 나섰을 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테리가 오른발 슈팅을 날리는 순간 비에 젖은 그라운드에 미끄러져 넘어졌고 그의 발을 떠난 볼은 골대 오른쪽으로 벗어난 것.
패배가 결정되자 테리는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자책과 안타까움의 눈물이었다. 테리는 주장의 체면에도 불구, 어린 아이처럼 구단 관계자의 어깨에 파묻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페널티킥 실축으로 연장전 라이언 긱스의 결정적인 슈팅을 헤딩으로 걷어내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공도 빛을 잃게 됐다.
테리는 좀처럼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지 않지만 이날 주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며 ‘5번 키커’의 십자가를 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호날두는 챔피언스리그에서 8골로 득점왕까지 차지했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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