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사장단 및 임원 인사에 이어 22일 삼성전자의 조직 개편을 전격 단행하며 본격적인 경영 정상화에 들어섰다. 경영권 승계 때문에 관심을 끌었던 이건희 전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차후 행보는 중국, 인도 등 신흥 시장을 돌며 경영 수업을 쌓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전략기획실은 새로운 시스템구축 및 체제 재편에 따른 충격의 최소화를 위해 내달말까지 현 체제를 유지한다. 삼성은 이로써 7개월여의 특검을 딛고 ‘글로벌 기업’ ‘국민기업’으로 거듭나는 새 진용의 대강을 마무리했다.
▦이재용, 중국 중남미 돌며 현장수업
이재용 전무는 지난달 발표한 경영쇄신안 대로 결국 백의종군하게 됐다. 최고고객책임자(CCO)라는 보직을 내놓고 직급만 유지하는 ‘담당 전무’로 남아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 시장을 돌며 세계경영을 경험한다. 이 전무는 현장 수업 기간과 역할 등이 정해지지 않은 채 우선 중국으로 향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달 말이나 6월 초에 중국 베이징으로 먼저 갈 것”이라며 “올림픽이 걸려있는 만큼 왕성한 마케팅 활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적어도 올림픽이 열리는 8월 말까지는 중국에 머물며 소비자의 제품 선호도, 브랜드 인지도 등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특별히 소속이나 주어진 일이 없는 만큼 이 전무 스스로 일을 찾아야 한다. 삼성전자는 신흥 시장을 돌며 현지 직원들과 함께 시장 분석 및 신규 시장 개척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현지 법인들이 이 전무의 현장 수업을 적극 지원해야 하므로 어느 때보다 현지 법인장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 전무가 맡았던 CCO 자리는 그의 보직 사임과 함께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 전무는 2001년 3월 상무보를 거쳐 2003년 2월 상무로 승진했고, 지난해 1월 전무에 오르면서 CCO라는 직책을 맡았다. 그동안 이 전무는 CCO로 일하면서 삼성의 중요한 글로벌 고객 기업이나 협력사 CEO들을 만나며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주자로서 관계를 다져왔다.
이 전무를 위해 기존에 없던 자리를 만든 만큼 다른 사람이 대신하기는 힘들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전무가 CCO로 쌓아놓은 데이터는 각 사업부문장 및 그룹 임원들에게 적절히 인계될 것”이라며 “현재로서 CCO 후임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준비 경영에 맞춘 조직 개편
삼성전자의 조직 개편은 20일 이윤우 부회장이 취임하면서 강조한 ‘기술 준비 경영’ 모토 아래 기술력 향상에 초점을 맞춰 이뤄졌다. 반도체 및 기술총괄을 거친 이윤우 부회장, 정보통신 및 기술총괄을 거쳐 대외협력담당을 맡은 이기태 부회장, 반도체에서 기술총괄로 옮긴 황창규 사장 등 기술 지상주의 인사처럼 기술, 정보통신, 디지털미디어총괄이 각각 강화됐다. 한마디로 각 사업부문의 융합을 통한 기술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눈에 띄는 것은 박종우 사장이 관할하는 디지털미디어(DM) 총괄의 강화다. 실적이 부진하던 생활가전 사업부가 DM 총괄 산하로 들어갔다. 또 블루레이, 홈시어터 등 미래형 영상 사업도 DM 사업부가 총괄해 디지털TV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했다.
정보통신 총괄도 휴대폰과 함께 노트북, 컴퓨터(PC)와 MP3 사업까지 아우르게 됐다. 휴대용 디지털 기기 및 융합 제품이 강화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핵심 연구 개발 조직인 종합기술원이 기술총괄 아래로 편입되면서 황창규 사장의 입지는 더욱 강화됐다. 종합기술원은 원장없이 황 사장의 지휘를 받으며 미래를 대비한 원천 기술 연구를 하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황 사장이 승진하지는 않았지만 부회장급인 기술총괄을 맡으면서 각 사업부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술력 개발에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례적인 것은 상생협력실의 신설이다. 협력사와 관계 강화를 목적으로 한 상생협력실은 협력업체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품질, 제조, 개발 및 마케팅 기법 등을 개선해 주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한 포석으로 경영 쇄신에 맞게 신설됐다”며 “내부 임원들도 신설을 미처 예상못했던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조직 개편에 따른 보직 인사도 함께 이뤄졌다. 박종우 DM 사장이 겸직하던 디지털프린팅 사업부장은 지난해 9월 삼성전자로 영입된 GE 출신 최치훈 고문이 사장 직위로 전환돼 맡게 됐다. 관심을 끌었던 전략기획실은 내달 말까지 해체를 앞두고 잔무 처리를 맡은 임직원을 제외한 일부 직원들이 이번 조직 개편때 각 사업부로 편입됐다.
◆삼성전자 <부사장> ▦SOC 개발실장 우남성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전동수 <전무> ▦동남아총괄 하윤호 ▦중남미총괄 유두영 <삼성테크윈> ▦카메라사업부장 부사장 박상진 삼성테크윈> 전무> 부사장>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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