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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도요타, HUD(車유리 디스플레이) 공동 개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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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도요타, HUD(車유리 디스플레이) 공동 개발 나선다

입력
2008.05.23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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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하 2.5(시속 3,060㎞)의 전투기. 접전이 벌어지면 눈깜짝할 사이도 허락하지 않는다. 각종 계기판을 보기 위해 시선이나 고개를 내리는 찰나, 생사의 운명이 뒤바뀔 수도 있다. 그래서 나온 게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조종사의 전방 시야를 확보해주기 위해 각종 계기 및 항공정보를 전투기 앞 유리에 비치게 하는 기술이다.

# 자동차의 경우 전투기보다 속도는 떨어지지만, 기술 발전으로 운전자가 봐야 할 정보는 갈수록 늘고 있다. 자동차 내부에는 계기판 오디오 비디오 내비게이션 등 각종 디스플레이가 산만하게 흩어져있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 자칫 안전을 위협 받을 수 있다. 미래형 자동차에 HUD가 필수로 등장하는 이유다.

LG와 도요타가 HUD 공동 개발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금명간 도요타 회장이 극비리에 구본무 LG 회장을 만나 자동차용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을 논의할 계획이다. HUD는 고개를 숙이거나 돌리지 않고 운전자가 정면을 주시하면서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는 투명(유리) 패널이다.

자동차 세계1위(도요타)와 디스플레이 세계2위(LG)의 협력은 의미심장하다. 현재 자동차용 HUD를 개발, 일부 고급 차종에 장착한 곳은 GM(미국)과 BMW(유럽)뿐이다. GM은 2001년 간단한 계기정보(속도 RPM 등)를 흑백 HUD에 적용한 캐딜락 ‘드빌’을 세계 최초로 내놓았고, BMW도 2003년 유럽 완성차 중 최초로 ‘5시리즈’에 항공용 HUD를 달았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업체도 HUD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자동차는 초기 단계의 HUD를 시범 장착한 사례만 있다. GM을 누르고 자동차업계 절대강자의 자리를 꿰찬 도요타로선 자존심 구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미래형 자동차 경쟁에서 뒤질 수 없다는 절박함이 디스플레이의 강자인 한국 업체와의 협력 동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현대차 등 국내 개발 상황은 더욱 뒤쳐져 있다. 현대ㆍ기아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2002년 야심차게 HUD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완성하지 못했고, 2006년 현대오토넷으로 관련 기술을 넘기면서 더 이상 진척이 없는 상태다. 현대오토넷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선 시장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2년 개발 발표 당시 세계 HUD 시장 규모를 2005년 4조1,000억원(국내 1,200억원)으로 내다본 전망과는 차이가 있다.

정보기술(IT) 혹은 전기전자와 자동차의 협력은 최근 세계적 추세다. 더구나 미국과 유럽에 뒤진 기술을 한국과 일본 기업이 손을 잡고 개발한다는 건 양국의 새 협력모델로 평가 받을 만하다. 간단한 계기정보에서 벗어나 길 안내, 엔진 상태, 안전장치 작동상황, 전방물체 움직임, 추돌 위험상태 등 운전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HUD에 담는다면 선두 탈환도 가능하다. 그러나 LG 관계자는 “(HUD 개발 협력에 대해) 아직 아는 바가 없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업계에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진이 수시로 만나는 등 LG그룹과 도요타의 끈끈한 유대 관계가 눈에 띈다. LG전자 등 LG그룹 계열사의 도요타 배우기는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5월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함께 도요타를 방문했고, 올해 4월엔 LG전자와 도요타 양쪽 노동조합이 협력을 다짐했다. 이미 2005년 구 회장과 조 후지오 당시 부회장이 협력사업을 논의했다는 설도 있다.

도요타가 쟁쟁한 자국(일본) 전자업체를 두고 굳이 LG와 손을 잡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대중차 브랜드의 한국 진출을 앞둔 도요타 입장에선 한국 기업과의 협력이 여러모로 이득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와타나베 가쓰야키 도요타 사장은 다음달 1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IT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한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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