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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아직 5월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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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아직 5월이 남아 있다

입력
2008.05.2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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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7만여 명의 사망자와 1,00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한 중국 쓰촨(四川)성 참사가 세계인들을 울리고 있다. 삶의 터전이 삽시간에 폐허가 된 사고현장에서 가족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이 울부짖고 있다. 살아 있어도 죽음 이상으로 파괴된 삶, 신의 위로도 효력이 없을 것 같은 상황이다.

그 비극 속에서 중국의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한왕진과 두장옌 등 학교건물이 붕괴된 지역에서는 외동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통곡이 그치지 않고, 부모를 잃은 아이들 역시 형제는 물론 가까운 친척마저 없는 딱한 사정이 보도되고 있다.

유리그릇같은 한 자녀 가정

중국정부가 인구 억제를 위해 1979년부터 시행해 온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은 가구당 평균 6명이나 되던 자녀 수를 1.8명으로 줄여 4억의 인구감소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되지만, 무리한 추진으로 영아 살해 등의 부작용도 많았다. 그리고 이번 참사로 ‘한 자녀 가정’의 취약성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자녀, 무자녀 가정이 늘어나고 가족 간의 유대감이 이기주의에 밀리면서 가족이 서로를 보호하고 부양하던 전통이 흔들리고 있다. 든든한 성(城)이었던 가정은 유리그릇처럼 쉽게 깨지고, 황금만능의 사고가 가족애를 유린하고 있다. ‘일부 파렴치한 부류’에서 시작된 이런 풍조는 어느덧 우리들 가까이에서 흔히 목격하는 일이 되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다정한 친척이었던 이모 고모 삼촌 등은 한 자녀 두 자녀가 일반화하면서 아예 그 존재가 사라졌거나 있다고 해도 ‘먼 친척’으로 인식되고 있다. 어린이가 사고 등으로 부모를 잃으면 큰아버지나 작은아버지, 고모나 이모가 양육하던 전통을 당연히 기대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부모 자식 사이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요즘 주변에서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했다가 재판으로 되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끔 듣게 된다. 특별히 나쁘지도 이상하지도 않던 보통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자신을 잘 보살펴 주리라고 기대하면서 재산을 증여했던 노부모들이 재산을 받자 태도가 달라진 자녀들과 갈등을 빚는 경우가 꽤 있는 것 같다.

부모 자식 사이에 재판이라니,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이런 불행한 일이 벌어지는 원인은 돈이 제일이라는 풍조 때문이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것은 부모 자식 사이에 연대감이 없기 때문이다. 부모가 가진 모든 것을 바쳐서 자식을 키웠지만 사랑을 키우지는 못한 비극이다.

WHO(세계보건기구)의 2008 보건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출생률은 1.2로, 보스니아 폴란드 체코 등과 함께 세계 193개국 중 최저다. 미국 2.1 프랑스 1.9 영국 1.8보다 훨씬 낮다. 부귀다남을 최고의 복으로 알던 한국인들이 이처럼 출산을 기피하게 된 것은 자식을 복으로 여기기보다 부담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자식 교육이 무서워서 자식을 안 낳겠다는 것이다.

가족 사랑은 공짜가 아니다

자녀 교육에 성공한 부모들은 행복할까. 그들은 자녀들과 서로 사랑하는 관계를 맺는 데도 성공했을까. “공부해라. 공부해라” 라고 닦달하는 지겨운 부모로 남지는 않았을까. 혈연만으로 사랑과 부양이 보장되던 시대는 지나갔다. 사랑은 오랜 세월 공을 들이지 않으면 얻어지지 않는다. 가족이기 때문에 더욱 사랑은 공짜가 아니다.

가정의 달 5월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나라 안팎으로 크고 복잡한 사건들이 이어지는 동안 미처 가족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면 이제 5월의 남은 날들은 가족생각에 잠겨볼 수 있을 것이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뿐 아니라 불행한 이들을 감싸줄 수 있는 큰 사랑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가정이 유리그릇처럼 깨질 위험이 클수록 든든한 보호막이 필요하고 그 보호막은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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