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대는 중고등학교 때 한문(한자)을 배우기는 했다. 그러나 일주일에 고작 한 시간이고, 학력고사에 달랑 네 문제밖에 안 나오는 과목이니 열심히 했을 리가 없다. 후배들 중에는 아예 한문을 배운 적이 없다는 경우도 있다. 영어가 번성하는 만큼 한문은 소멸의 길을 밟아가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유아아동출판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난 책 한 권 때문에, 한자가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젠 별의별 천자문이 만화책 장난감 카드 등의 형태로 창궐하여, 엄마들의 지갑과 동심을 유혹하고 있다. 아이들이 한자를 습득하는 모습을 지켜본 부모라면, 내 자식이 천재가 아닐까 놀랐을 테다. 모든 아이들이 천재일 수는 없을 테니, 그 천자문들은 단지 상업기술이라고 깎아내리기 어려운, 특출한 교육방법을 품고 있는 것 같다.
한자를 이미지(그림)화 했다는 것, 공부를 놀이화 했다는 것이 결정적 성공 요인이 아닐까. 아이에게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학교 적에는 그렇게 안 외워지던 한자가, 아이랑 놀았을 뿐인데도 술술 외워져 나도 한자 실력이 부쩍 늘었다. 뜻밖의 한자 전성시대는, 역시 공부는 무슨 공부가 되었든 재미있는 놀이처럼 해야 효과가 높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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