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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방송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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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방송과 '그림'

입력
2008.05.2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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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TV)에서는 ‘그림’이 중요하다. 그림이 없으면 아무리 중요한 뉴스, 재미있는 이야기도 ‘김빠진 맥주’다. TV는 활자매체인 신문이나 잡지와 달리 눈과 귀로 동시에 보고 듣는 시청각 매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청각적 자극보다 시각적 자극에 더 민감하고 시각적 메시지를 오래 기억한다.

TV는 일상성 때문에 집중도가 약하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 달리 사람들은 집중하지 않고 TV를 보면서 끝없이 다른 생각, 행동을 한다. 흔히 드라마를 보며 다른 생각을 하고, 일기예보의 내용보다는 기상캐스터의 외모만 기억하는 현상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 주부터 방영되고 있는, 방송기자들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MBC TV 수목 미니시리즈 <스포트라이트> 는 TV보도에서 그림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있다. 여기자와 그의 후배가 일본인으로 행세해 가짜 명품(짝퉁)을 중국에서 밀수해 파는 현장에 간다.

둘은 궁금증을 가장해 이것저것 취재한다. 그러다 그림을 담기 위해 가방에 숨겨 갖고 간 촬영카메라가 들통나 성공하지 못하고, 카메라만 뺏기고 쫓겨난다. 그때 여주인공의 첫마디 역시 빼앗긴 그림(카메라)에 대한 탄식이었다. 그림이 없으면 뉴스도 없다는 얘기다.

▦TV에서 말하는 ‘그림’이란 영상이다. TV에서 그림은 뉴스를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는 수단이다. 사실을 증명하고 확인시켜주는 증거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방송기자들은 사건이 나면 가장 먼저 카메라 맨부터 챙긴다. 데스크들의 일성도 “얼른 그림부터 잡아”다. 아무리 말(멘트)로 어떤 사람을 긍정적으로 평가해도 함께 내보내는 그림이 부정적이면 시청자들은 그를 부정하게 받아들인다. 때문에 의도적이든 아니든 그림으로 얼마든지 시청자들에게 이미지와 사실의 왜곡, 과장, 오해를 줄 수가 있다.

▦지난달 29일 이 내보낸 ‘주저앉은 소’ 그림 역시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메시지를 가질 수 있다. 만약 동물학대의 현장으로 소개했다면 시청자들은 그렇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실제 이 그림은 미국 동물보호단체가 그것을 고발하기 위해 찍었다. 그러나 은 이를 광우병 그림으로 선택했다.

그 결과 시청자들은 그렇게 연상했고, 선정성과 선동성의 파장은 엄청났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정정보도 결정도 그래서 나왔다. 실수였든, 의도적이었든, 몸에 밴 선정성 때문이었든 그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방송의 오만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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