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마켓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대표적 경쟁전략이 ‘기술 선점’이다. ‘경쟁기업보다 먼저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시장에서 표준으로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기술선점’을 해석할 때에는 ‘먼저’라는 부분에 방점을 찍는 경향이 있다. 기술은 속도전이며, 경쟁사보다 늦게 개발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도 쓸모가 없다.
따라서 빨리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다. 경쟁자들이 보지 못하게 꽁꽁 닫힌 실험실에서 밤을 새우면서 새 기술을 개발한다. 그리고 개발된 기술을 혼자 독점하며 오랫동안 큰돈을 번다.
이런 성공사례가 과거의 일이 되어 가고 있다. 새롭게 나타나는 시나리오는, A사가 밤새워 기술을 개발했더니 B사와 C사가 이미 한 달 전 힘을 합쳐 유사기술 개발을 마쳤다거나, 수요업체인 D사가 경쟁사인 B사, C사측의 기술을 채택하기로 했다는 식의 허탈한 실패사례이다.
기술혁신의 제2막이 열리고 있다. 이제는 독자적인 기술개발이 아니라, 시장에 널려 있는 각종 ‘기술자원’들을 활용하여 다른 팀보다 앞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 그리고 개발된 기술을 협력업체들이 ‘어쩔 수 없이’ 채택하게 만드는 촘촘한 수요의 그물을 미리 짜두지 않으면 안 된다.
하버드대학의 헨리 체스브루 교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책에서 연구개발의 전 과정을 한 기업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폐쇄형 혁신보다는 개방형 혁신을 통해 기업의 신기술과 지적자산의 활용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새로운 변화를 정확히 읽고 있는 주장이다.
불과 수년전까지만 해도, 자동차 한대를 생산할 때 부품 전부를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을 선진적인 산업구조로 이해했다. 그러나 이제 원가를 낮추고 가격경쟁력을 높이려면, 부품과 기술의 아웃소싱이 불가피하다. 가장 수익성이 높은 분야에 특화함으로써 더 큰 성과를 거두는 사례가 많다.
P&G, 보잉사, IBM, 그리고 퀄컴(Qualcomm) 등 많은 선도기업들이 기술의 아웃소싱을 통해 이윤을 향상시켰다. 아이디어와 기술의 아웃소싱이 새로운 경쟁력의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기업들은 자기 기술을 내놓거나, 남의 기술을 채택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기술이 거래되는 시장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이미 기술거래소, 대학과 연구소의 TLO, 지역기술이전센터 등 많은 인프라가 자리 잡고 있지만,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이다.
이제는 기술거래에 대한 폐쇄적 자세를 버리고, 이를 기업성장의 새로운 전략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최근 LG전자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R&D 문화를 강조하면서 외부 기술활용을 확성화하겠다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주창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일고있음을 보여준다.
1917년 포브스지가 선정한 상위 100대 기업 중 18개 기업만이 100년 뒤에도 그 리스트에 남아 있었다. 우리 기업들 또한 시대의 변화에 낙오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는 창조적 파괴의 길을 열어 가야 한다.
5월22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리는 제2회 ‘아시아 기술이전컨퍼런스’는 글로벌마켓에서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네트워킹하여 우리 기업들에게 오픈 이노베이션의 기회를 열어주는 자리이다.
이번 컨퍼런스를 계기로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기술을 교류하고 去來하는 능동적인 글로벌 플레이어로 변신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지식경제부 제1차관 임채민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