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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가가치 제조업 올인… 독일 '라인강의 기적'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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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가가치 제조업 올인… 독일 '라인강의 기적' 부활

입력
2008.05.23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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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제조업이 살아나고 있다. 품질은 좋지만 너무 비싸다는 점 때문에 외면 받던 ‘메이드 인 독일’의 명성이 부활하고 있다. 생산기지 해외이전 등 손쉬운 방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비싸더라도 제값을 하는 고부가가치 첨단제품 만들기를 고집한 결과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22일 “그 동안 시대착오적이라 냉대 받던 독일 제조업의 호황이 독일경제 회복을 이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1일 발표한 회원국의 올해 1분기 국내 총생산(GDP)에 따르면 독일은 전분기 대비 1.5% 성장해 일본(0.8%)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1위를 기록했다. 0.7% 성장에 그쳤던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이를 1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6%에 해당하는 초고속 성장이다. 금융위기의 충격 속에 미국이 0.4% 영국이 0.1% 성장에 그쳤고, OECD회원국 평균도 0.6%에 그치는 등 전세계에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독일의 ‘나홀로 호황’이 더욱 눈부시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미국과 영국이 금융산업을 중심으로 호황을 구가할 때만 해도 독일의 제조업은 독일 경제 정체의 주범으로 여겨졌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영국이 연간 5%를 육박하는 성장을 즐기고 있을 때, 독일은 연간 1%의 성장이 힘겨웠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독일 제품은 유로화 강세 속에 저가 개도국 제품 때문에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볼트를 죄는 일에 매달려서는 독일에 미래가 없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

하지만 독일 제조업체들은 가격경쟁 대신 고집스럽게 고부가가치 첨단제품 개발에 힘을 쏟았다. 동시에 임금을 억제하고, 휴식시간마저 줄이는 피나는 노력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주력했다. 초정밀 기계를 생산업체인 페스토의 최고경영자 에버하르트 피에트 씨는 IHT와의 인터뷰에서“위기 상황이 우리를 변화하도록 몰아붙였다는 점에서 위기가 독일경제에 ‘약’이 됐다”고 말했다.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들의 경제성장이라는 외부 요인도 독일경제 회생에 큰 도움이 됐다. 개도국 시장은 독일 전체 수출의 7.5%를 차지해 이미 미국과 같은 비중의 시장으로 성장한 상태다. 여기에 임금 인상 없는 노동시간 연장을 수용한 노동조합의 양보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페스토 노조 간부는 IHT에“우리가 받는 임금이 예전보다 줄었지만, 노사간 신뢰를 유지해 과거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IHT는 특히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기업들과는 달리 독일 기업들은 유로화 강세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고 보도했다. 독일 경영자들은 유로화 강세가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폭등 충격을 완화시키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뮌헨에 기반을 둔 금융회사 유니크레딧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안드레아스 리스 씨는 “과거 ‘구경제’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독일의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지금에 와서는 구경제가 독일 경제의 최대 강점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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