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 한 편의 독특한 제작 행보가 눈길을 끈다. 박용우 최강희 주연의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 (2006)을 무대화한 <마이 스케어리 걸> (My Scary Girl)은 내년 초 개막 예정이지만 ‘제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작 1위’, ‘미국 배링턴 스테이지 컴퍼니(BSC) 뮤지컬 시어터 랩 발표작 선정’ 등 벌써부터 수식어구가 요란하다. 마이> 달콤,>
본 공연이 될 서울 무대는 아직 1년 가까이 남은 시점인데도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7월에는 한국(7월 5,6일 대구 봉산문화회관)과 미국(7월 9~26일 메사추세츠 피츠필드 VFW홀)에서 각각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시범 무대가 펼쳐진다.
뉴욕에서 활동하느라 한국 뮤지컬계에 처음 데뷔하는 작가 강경애(34)씨와 작곡가 윌 애런슨(27)이 참여해 제작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이들은 모든 공을 한국 배우와 스태프에게 돌리느라 바빴다.
<마이 스케어리 걸> 은 지난 2월 뉴욕에서 작품발표회를 통해 관계자들에게 선보인 이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제작 중인 뮤지컬. 미국 비영리 극단 BSC의 뮤지컬 시어터 랩 발표작 선정은 뉴욕 브로드웨이와 오프브로드웨이 진출 가능성을 의미한다. 마이>
창작 뮤지컬로는 이례적으로 한국 개막과 동시에 미국 진출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이들의 관심은 오히려 한국 공연에 집중돼 있다. 극작과 작사를 맡은 강씨는 “배우들이 뛰어난 감성으로 대본을 소화해 줘 다시 뉴욕으로 떠나고 싶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처음 영어로 썼던 대본을 한국어로 바꾸는 과정을 놓고 많은 분들이 부정적이셨어요. 작업을 거의 새로 해야 할 거라면서요. 하지만 한국 배우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니까 한국 뮤지컬계의 미래가 참 밝은 것 같아요.”
강씨와 애런슨은 뉴욕대(NYU) 예술대학원 뮤지컬극작과 선후배 사이다. 이 작품의 프로듀서인 박용호 뮤지컬해븐 대표가 학교 추천을 통해 1년 선배인 강씨를 알게 됐고 강씨가 애런슨에게 작곡을 부탁했다.
커플처럼 다정해 보이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또 있다. 처음부터 뮤지컬을 직업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뒤늦게 뮤지컬에 푹 빠졌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방송작가로 한창 잘 나가던 강씨가 뉴욕으로 뮤지컬 유학을 떠난 것은 31세가 되던 해다.
“어느 날 문득 더 늦기 전에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어도 못하는 제가 뮤지컬 극작을 배우러 간다고 하니까 다들 미쳤다고 하대요. ‘롸이팅(Writingㆍ극작)’이 아니라 ‘라이팅(Lightingㆍ조명)’을 배우러 가는 게 아니냐면서요.”
애런슨은 하버드대 학부 재학 시절 음악을 전공으로 선택했지만 클래식과 재즈에 관심이 많았을 뿐 뮤지컬을 작곡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드라마와 음악이 결합된 오페라를 좋아하던 그는 좀 더 많은 관객과 만나고 싶어 대학원 전공은 뮤지컬로 정했다. 그러고 보니 이들의 모토도 걸어온 길과 닮았다. “우리가 봐서 즐겁고 재미있는 뮤지컬을 만든다”는 게 이들의 신조다.
작곡가가 미국인이니 반쪽자리 창작이라는 지적과 함께 뛰어난 성과가 퇴색될 우려는 없을까. “한국인 스스로 자부심만 확실하다면 외국인 스태프의 도움에 그리 민감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는 강씨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외국인 인력이 와도 충분히 융화될 만큼 한국 뮤지컬 시장이 성장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제 주변에는 한국 뮤지컬에 관심을 갖는 미국인 작곡가가 많아요.”
다소 굳어진 분위기는 애런슨의 재치 있는 한마디로 금세 다시 화기애애하게 바뀌었다. “제 이름을 한글로 윌 애런슨이라고 쓰면 되지 않을까요? 아니면 김 윌애런스? 사진은 빼고. 이래 봬도 어릴 때 아시아인 아니냐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요, 하하.”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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