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서방 국가들이여, 당신네들 말고도 친구는 많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아시아 국가인 중국과 카자흐스탄을 택했다. 그는 22일 중앙아시아의 에너지 부국 카자흐스탄을 하루 일정으로 방문한 뒤 곧 이어 23, 24일 중국으로 이틀간의 국빈방문을 떠난다.
러시아가 굳이 아시아 국가를 택한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블룸버그, AFP통신 등은 21일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아시아 국가 방문은 서방 국가에 대한 경고용이라고 분석했다.
AFP통신은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분석가인 예프게니 볼크의 말을 인용, “이번 방문은 러시아의 외교 정책에서 우선 순위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러시아는 군사, 경제적으로 갈등 관계를 맺고 있는 서방 국가들에 연연하지 않더라도 손해볼 게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등 최고위 지도자들과 러시아_중국 간 송유관 건설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마다 두자리대 고도성장을 일구면서 만성적인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 중국은 러시아 정부에 원유 공급을 늘려줄 것을 요청해왔다. 또 러시아는 2014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인 흑해 휴양도시 소치의 올림픽 시설 건설 프로젝트에 중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방문에 앞서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는 것은 세계 원유 매장량의 3%를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 부국인 이 나라와의 관계 강화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AFP통신은 “카자흐스탄은 이미 송유관을 통해 중국에 원유를 공급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중국에 원유를 공급할 때 카자흐스탄과의 조율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도 이번 방문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러시아 입장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인권 침해나 언론 탄압 등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편하다”면서 “러시아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함으로써 서방 국가과의 관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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