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절차에 착수한 주요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인선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권 교체 때마다 관행적으로 공기업 경영진에 대한 물갈이 인사가 단행됐지만 이번엔 더더욱 조명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공기업에) 누구를 주기 위해 형식적으로 공모하면 안 된다”면서 “전문직은 철저히 공모해야 하고, 민간 CEO 중 경쟁력 있는 인물을 뽑아서라도 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낙하산 인선’ 불허방침을 밝힌 바 있어 이의 실현 여부가 주목되기 때문이다.
전 정권 때 임명된 경영진이 물러난 공기업은 모두 후임 인선 작업이 한창이다. 공모 절차가 진행형인 곳도 있고, 금명간 공모를 시작하거나 아니면 이미 공모 절차가 끝나 자체 인사위원회에서 추천한 복수 후보를 놓고 관계 당국의 최종 심사를 받는 곳도 있다. 그야말로 공기업 기관장 인선 전쟁이다.
이와 관련,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19일 “관료들에 대한 프리미엄도, 페널티도 없다”면서 관료배제 원칙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청와대 관계자도 21일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면 출신이나 신분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정부 당국자마다 투명한 인사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인선이 진행 중 인 공기업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대통령 측근이 낙점됐다’ ‘교통정리가 끝났다’는 식의 말들이 떠돌고 있다. 청와대는 “근거 없는 괴담”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각종 소문의 공통점은 국회 입성에 실패한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나 대선 유공자 등의 이름이 끊임없이 오르내린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20%대 초반에 머물 정도로 최악의 상태이고, 그 중심에는 현 정부의 인사 실패가 자리잡고 있다. 정부 출범 당시부터 ‘고소영 S라인’(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지역, 서울시 출신) 정부라는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은 데 이어 ‘강부자’ 내각이라는 비아냥 속에 재산 문제로 장관 후보자 3명과 청와대 수석 1명이 물러나기도 했다.
이렇듯 인사 실패가 정권의 위기로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공기업 인선이 갖는 파급력은 상당하다. 만일 시중의 소문대로 또다시 측근 위주의 코드인사나 ‘자리 나눠먹기식’ 인선이 이뤄질 경우 자칫 돌이킬 수 없는 민심 이반을 초래할 수 있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야당 시절에 참여정부의 코드 인사만큼은 기를 쓰고 반대했던 것을 많은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기업 CEO 인사를 정부의 대국민 신뢰 회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공기업 기관장 인선을 놓고 또 한번 여론의 심판대 위에 서 있는 셈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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