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나는 계절이 돌아왔다.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기온이 올라가는 것을 유난히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지가 항상 흥건히 젖어있고, 짙은 색상의 셔츠를 입으면 땀난 겨드랑이가 더욱 진한 색깔이 돼 버리기 때문에 대인관계를 피하기까지 한다.
별것 아닌 땀이 이들에게는 병이다. 또한 심하게 흐르는 땀은 결핵, 당뇨병 등 다른 질병으로 인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사회생활 기피하게 하는 땀
다한증은 자율신경계의 이상으로 너무 땀을 흘리는 증상이다. 자율신경의 부조화가 주 원인이며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기도 한다. 진단기준은 아직 없지만 보통 5분간 땀을 100㎎ 이상 흘리면 다한증으로 진단한다. 또한 땀으로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 것도 중요한 진단기준이 된다.
세브란스병원 다한증클리닉 김원옥 교수가 10~40대 다한증 환자 100명을 조사한 결과 91%가 심한 땀으로 인해 사회생활, 학업에 지장을 받는다고 답했다.
이들 중 50%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꺼리며 특히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 극장, 엘리베이터를 가장 꺼린다고 답했다. 또한 53%는 이성교제에서도 땀이 심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다한증은 상당부분 유전된다. 다한증 환자 중 23~53%가 가족력이 있다. 김 교수의 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60%가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다한증이라고 답했다.
손ㆍ발> 겨드랑이> 머리 순
땀나는 부위에 따라 그 원인도 다르다. 체온 조절성 발한은 온 몸에서 땀이 난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손, 발바닥, 겨드랑이에서 땀이 난다. 다한증 환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손발에서 집중적으로 땀이 많이 흐르게 된다.
실제 다한증 환자 중에는 주로 손발에서 땀나는 경우가 60% 정도, 겨드랑이 다한증 환자가 30~40%다. 얼굴 다한증 환자도 있지만 매우 적다. 김 교수 조사에서는 손(28%), 발(19%), 겨드랑이(18%), 머리(16%) 순으로 나타났다. 온 몸에서 땀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이때는 다른 질환으로 인한 다한증일 수 있다.
결핵, 당뇨병 등이 원인일 수도
다른 병이 원인이 돼 2차적으로 다한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선 당뇨병, 갑상선기능항진증, 내분비질환, 비만, 폐경, 뇌 손상 등으로 생길 수 있다. 또 사회불안장애 등 정신장애가 원인일 수 있다.
스트레스, 수면부족, 과음, 신경과민 등이 갑자기 많은 땀을 유발하기도 한다. 아침에 기상했을 때 식은 땀을 많이 흘리면 결핵을, 땀을 흘리고 난 뒤 속옷이 누렇게 변하면 간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또 당뇨병 환자가 땀을 너무 많이 흘리면 혈당 상승으로 의식을 잃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다한증 치료는 바르는 연고에서 먹는 약, 보톡스, 수술법 등 다양하게 개발됐다. 목동 고운세상피부과 이남호 원장은 “알루미늄 클로라이드가 주 성분인 ‘드리클로’와 같은 연고를 바르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의약품인 이 연고는 땀샘을 막아 땀이 너무 많이 나오는 것을 막는 방식이며 한번 바르면 2일 정도 약효가 지속된다. 그러나 심한 피부 자극이 생기거나 별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손발 다한증은 알코올주사로 신경을 차단하는 방법도 있다. 손은 효과가 1년 정도, 발은 수년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또 보톡스를 이용하면 6개월 정도 땀의 양이 줄어든다.
모든 방법에서 별 효과가 없을 때는 신경차단술을 받으면 된다. 그러나 이는 원래 배출돼야 할 땀을 억지로 막는 것이므로 등, 배, 다리나 심지어 발목 등 전혀 엉뚱한 곳에서 땀이 나는 ‘보상성 다한증’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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