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고교 동창 모임에 참가했다. 자리가 무르익자 자연스럽게 화제가 펀드 관련 얘기로 흘러갔다. 한 친구가 중국펀드에 투자해서 100%를 벌었다고 자랑을 하자 옆에 있던 다른 친구도 몇 개월 만에 30%를 벌었다면서 거들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몇몇 친구들의 얼굴에 부러움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갑자기 지금 무슨 펀드가 가입하는 것이 좋으냐고 물어왔다. “현재는 다소 시장이 과열된 것 같으니 좀 더 기다려 봐라” 했더니 그래도 펀드가 많은데 할 만한 것이 있을 것 아니냐고, 추천 좀 해달라고 해 말리느라고 고생을 했다.
그리고 나서 한참이 지난 올해 3월 초경에 그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얘기인즉 중국 증시가 최고 꼭지점을 찍었던 지난해 11월초 중국펀드에 꽤 큰 금액을 가입했는데 현재 수익률이 -40%인데 어찌했으면 좋겠냐는 것이었다. 다행히 자금이 당분간 사용할 계획이 없다고 해서, 중국 펀드가 주로 투자하는 홍콩 H주식이 적정가격으로 회귀할 것이며 및 장래 성장성 등을 생각해 계속 유지할 것을 권했다.
“그때 시장이 과열돼서 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했냐”고 물어봤더니 친구들은 다들 투자해서 돈을 벌었는데 은행에 예금만 했던 자신이 친구들과 비교해 시대에 뒤쳐지는 것 같고 또 약간 시기 반 부러움반의 마음이 교차해 모임 다음날 곧바로 예금을 해지하고 가입했다고 했다.
아마 이러한 모습은 우리 투자자들 대부분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우리들 마음속에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하는 시기심, 우리보다 더 위대한 바보가 있어서 내가 산 가격보다 더 비싸게 이 바보들에게 팔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는 마음, 시장은 계속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 다수와 틀린 생각을 하면 불안해지는 집단의식 등이 복합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마음들은 시장이 과열되어 있을 때도 불나방처럼 용감하게 뛰어드는 원동력이 된다.
이러한 버블에 일반 투자자들이 무모하게 뛰어드는 일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보면 역사의 교훈은 그때 뿐이고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것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투자는 결국 심리게임이다. 심리가 강한 사람이 즉, 대중들과 다른 독립적인 역발상 사고를 하는 사람이 결국 승자가 되는 게임이다. 감정적인 마음을 ‘좀더 냉정한 시각’이라는 찬물로 식힌 후 투자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면 더 나은 수익과 더 적은 위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신한은행 송재원 방배PB센터 PB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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