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ㆍ고등학교 재학 시절 20종에 가까운 문학상을 휩쓸며 일찌감치 청소년문학계의 샛별로 떠오른 전아리(22)씨가 첫 장편과 단편집을 한꺼번에 냈다.
문학동네 발행. <시계탑> 은 청소년 계간 문예지 <풋> 에 2007년 봄호부터 올해 봄호까지 5회 연재했던 장편이고, <즐거운 장난> 은 전씨가 2002~2007년 받았던 청소년ㆍ대학 문학상 수상작 중 10편을 추려 묶은 책이다. 즐거운> 풋> 시계탑>
전씨는 이달초 국내 최대 고료(5,000만원) 청소년문학상인 ‘세계청소년문학상’까지 거머쥐며 다시금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씨의 세 번째 저작이 될 수상작은 내달 비룡소 출판사를 통해 나온다.
책 출간에 맞춰 전씨는 21일 “수업(연세대 불문과 3학년)을 째고”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질문에 수줍은 듯 간결히 답하는 전씨의 모습에선, 속울음마저 깊숙이 삼켜버릴 듯 단단한 심성을 지닌 그녀의 작중인물들이 연상되지 않았다.
전문적 문학수업을 받은 적 없이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글을 써왔다는 전씨는 자신을 따라붙는 ‘문학 천재’라는 평가에 대해 “문학은 좋아하고 열심히 하면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일로, 천재란 말이 통용될 만한 분야가 아닌 것 같다”고 겸양했다.
동석한 문학평론가 하응백씨는 “전씨는 접속사 없는 단문을 밀도 높게 쓰는 탁월한 문장력을 지녔다”며 “기성 문단이 인정할 만한 주제의식을 지닌 점도 호평받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장편 <시계탑> 은 재래시장과 인접한 가난한 동네, 이혼한 부모와 도벽(盜癖)이 있는 ‘연이’의 10대 시절을 연대기적으로 그린 성장소설이다. 시계탑>
소설집은 무당 어머니를 둔 전통찻집 운영자(‘강신무’), 책ㆍ보험 외판원으로 일하는, 일곱 살 딸을 둔 이혼녀(‘메리 크리스마스’), 서커스 기술을 가진 ‘난쟁이’ 광대(‘외발자전거’) 등 각양각색의 비주류 인물을 등장시켜 그들의 욕망과 비루한 처지가 빚어내는 파열음을 건조하게, 때론 섬뜩하게 들려준다.
전씨는 “작품마다 감정이입한 부분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자전적이랄 작품은 없다”면서 “소재를 제대로 묘사하려 다큐멘터리를 비롯한 자료를 찾고, 필요하면 현장에도 가본다”고 말했다.
어두운 톤의 소설이 많은 이유에 대해선 “마냥 행복한 얘기보다는 불행한 환경 속에서 나름대로 세상을 해석하고 대처해가는 인물을 창조하고 싶었다”면서 “특히 예민한 감수성의 청소년이 자기에게 닥친 상황에 줏대있게 맞서는 모습을 그리는 게 좋아서 성장소설 쓰기를 즐긴다”고 말했다.
하드보일드 문장에서 영미문학 영향이 느껴진다는 지적엔 “딱히 그런 건 아니고, 직접적이면서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일테면 프로포즈할 때 ‘당신 남편이 되고 싶다’가 아닌 ‘당신 아버지의 사위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영국식 농담’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황석영, 성석제씨처럼 서사가 강한 작가를 좋아한다는 전씨는 “아직 경험이 적긴 하지만, 경험을 할 때마다 새롭게 느끼는 것들을 작품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것이 꼭 약점만은 아닌 듯하다”면서 젊은 작가의 패기를 비쳤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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