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역사 교과서 개정 요구안이 논란을 빚고 있다. 주요 사항만 들어보면 기존 교과서 서술 중 “1990년대 들어 영화 산업은 미국 할리우드 대자본의 물량 공세에 맞서 한국적 특성이 담긴…”이라는 구절에 대해 할리우드 물량공세 운운은 반미적 언급이므로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유신 헌법은 대통령에게 각종 법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는 긴급조치라는 초헌법적인 권리를 부여해”라는 부분에서 ‘초헌법적’이라는 표현을 삭제할 것을 주장하며, “(해방 후 혼란기에 우리 민족이) 자주독립 국가를 수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일일이 반박할 필요는 없겠다. 역사를 해석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대한상의도 의견을 내는 것은 자유다. 다만 상의가 상공업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를 높이고 상공업의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상공회의소법의 보장을 받는 법인이고, 1884년(고종 21년) 한성상업회의소로 출발한 이후 100 년 넘게 그 목적에 충실하게 활동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기여한 바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생뚱맞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국민 대다수의 상식과 동떨어진 내용을 주장하고 있어 오히려 상공업자 일반의 역사 인식이 매우 왜곡돼 있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크다.
어쨌거나 상의가 주장한 내용의 타당성을 따지는 일은 부차적인 문제다. 교육부가 교과서를 근본적인 차원에서 개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상의처럼 이런저런 의견을 내놓는 단체와 개인은 많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의견의 홍수 속에서 정부가 엄정하게 교과서를 제대로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교육부 장관이 최대한 중립적이어야 할 교과서 문제에 좌우라는 이념적 취향을 잣대로 들고 나온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부디 교과서만큼은 좌우니 이념이니 실용이니 하는 차원을 떠나 진실을 토대로 한 올바른 후세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주기를 다시 한 번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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