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을 언제든 까먹을 수 있다는 우려에 주식이나 펀드 투자가 꺼려지는 사람들에게조차 요즘 은행 예ㆍ적금 상품은 찬밥이다. 안정적이긴 하지만 웬만해서는 5%를 넘지 못하는 이자가 영 성에 차지 않기 때문. 갈수록 증시로 빠져나가는 예금 고객을 잡기위해 시중은행들도 갖가지 아이디어로 0.1%포인트라도 이자를 더 쳐주는 상품을 개발하기 바쁘다. 요즘은 고객이 맡긴 돈을 예금과 적금,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에 분산예치해 이자를 극대화하는 일명 ‘스윙(swing)’상품이 인기다.
우리은행은 최근 정기예금으로 생기는 이자를 자동으로 적금에 투자해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예ㆍ적금 패키지상품 ‘팝콘 예금’을 내놓았다. 정기예금과 적금을 결합시킨 스윙계좌 방식 상품으로는 은행권에서 처음.
방식은 이렇다. 고객이 팝콘 예금에 가입하면 정기예금 통장과 별도로 동시에 적금통장이 만들어진다. 기본계좌인 정기예금 이자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 연동돼 매 3개월마다 변동되는데 여기서 매달 생기는 이자가 자동으로 적금통장으로 옮겨져 만기별로 적금 이율에 따라 불려지게 된다.
최저 100만원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는데 예금 기간은 6개월~3년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 91일물 CD금리가 연 5.37%를 기록한 20일 현재 팝콘예금 금리는 적금이율을 포함해 6개월제 최고 5.61%, 1년제 최고 5.88%, 3년제 최고 6.39%다. 다른 정기예금 상품보다 0.9%포인트 정도 높다는 게 우리은행 측의 설명. 가령, CD금리가 앞으로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2,000만원을 1년 맡길 경우, 세전으로 117만8,000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중도해지하면 다른 정기예금 상품과 마찬가지로 1% 이자만 받는다.
우리은행 개인영업전략부 관계자는 “정기예금의 월이자가 적금으로 적립되면서 복리식 혜택을 볼 수 있다”며 “복리효과를 감안해도 연 6% 이상 수익을 내려면 최소 2년 이상은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통예금에서 고금리 정기예금이나 CMA로 전환해 주는 기존 스윙 상품들도 순항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보통예금에서 고금리 상품으로 옮겨탈 수 있는 ‘AMA 통장’을 선보였다. 증권사 CMA의 대항마로 나온 이 상품은 보통예금의 잔액이 100만원 이상이면 그 초과분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으로 옮겨준다. 지난 16일까지 6,451억원(41만1,151계좌) 어치가 가입됐다.
고객이 설정한 100만원 이상 보통예금 잔액을 CMA로 옮겨 이자를 주는 하나은행 ‘빅팟통장’은 지난 16일 현재 6,600억원(26만7000계좌)의 실적을 올렸고 보통예금 통장내 일정금액 이상을 고금리 정기예금에 예치해 이자를 높여주는 기업은행 ‘아이플랜 통장’은 지난달말 현재 3,811억원(47만계좌)을 끌어모았다.
앞으로는 정기예금이 펀드와 연결된 스윙상품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이르면 연말께 정기적으로 펀드의 수익을 정기 예ㆍ적금으로 옮겨주는 차세대 스윙상품을 선보일 방침이다. 들쭉날쭉한 펀드 수익을 확정 이자로 전환할 수 있는 장점이 생기는 셈. 우리은행은 또 급여 통장에서 이자나 카드 대금 등이 빠져나간 뒤 남은 금액을 매달 고객이 정한 비율대로 펀드나 정기적금으로 자동 이체해주는 스윙 상품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객에게 조금이라도 많은 수익을 제시하기 위해 다른 금융상품을 다양하게 결합시키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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