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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퇴진 한달, 삼성號는 지금…'경영 쇄신' 깃발 달고, 다시 세계로 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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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퇴진 한달, 삼성號는 지금…'경영 쇄신' 깃발 달고, 다시 세계로 출항

입력
2008.05.22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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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이 특검 여파로 지난달 22일 퇴진을 선언한 지 21일로 한 달을 맞았다. 경영 쇄신을 기치로 새 ‘삼성호’가 출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반면, 그룹의 조타수 역할을 해온 수장과 전략기획실을 잃은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그룹 사장단 회의를 처음 주재하며 현안을 점검하는 등 그룹 챙기기에 나섰다.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멕시코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새로 뛰기 위해 신발끈을 바짝 조이는 모습이다.

해외 투자 본격 확대

새 출발의 신호탄은 삼성전자가 쏘아 올렸다. 삼성전자는 미국 프리미엄 가전시장 공략을 위해 멕시코 께레따로 지역에 생활가전 공장을 증설키로 하고 2013년까지 1억2,000만달러를 단계적으로 투자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이 지역에 3만7,500㎡ 규모의 공장을 운영하며 연간 60만대 수준의 보급형 냉장고와 전자동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번 투자로 께레따로 현지 법인은 북미 프리미엄 가전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탈바꿈한다. 우선 공장 부지가 14만2,900㎡로 3.8배 확대되며, 생산 규모도 프리미엄 가전인 양문형 냉장고와 프렌치도어 냉장고(상단은 양문형, 하단은 서랍식)가 추가돼 연간 150만대로 2배 이상 늘어난다.

현지 법인 매출도 2009년 5억달러, 2013년 10달러로 확대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계 최대 가전시장인 미국에서 프리미엄 제품군을 적극 확대하기 위한 투자”라며 “생활가전이 예전과 다른 위상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이건희 회장은 생활가전의 부진을 질타하면서 사업부문을 없애고 당시 윤종용 부회장(현 상임고문) 직속으로 격하시켰으나, 이번 대규모 투자 등을 감안할 때 금명간 이뤄질 조직 개편에서 다시 사업부문으로 격상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그룹은 올해 전자 등을 포함해 총 27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채용 규모 역시 2007년 대비 28.1% 증가한 20만500명으로 늘렸다.

해외 투자 단행은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활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장급 이하 실무진은 그 동안 특검에 따른 피해의식 탓에 위축돼 있었으나, 최근 단행한 인사와 더불어 부담을 벗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장단 인사를 계기로 해외 사업 확대가 본격 시작된 셈”이라며 “그만큼 직원들도 새로운 각오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라진 ‘삼성웨이’

문제는 전략기획실의 해체다. 삼성은 그 동안 이건희 회장의 경영방침을 전략기획실을 통해 각 계열사에 전달하며 전략 오차를 줄이는 ‘삼성웨이’를 고수해왔다. 그런데 이 회장이 물러난 마당에 전략기획실까지 해체되면 그룹을 움직이는 동력이 예전보다 떨어질 우려가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주재하는 사장단협의회는 의견 조율에 머물 것”이라며 “앞으로 삼성웨이를 어떻게 구현할 지가 숙제”라고 말했다. 그만큼 각 계열사 독립경영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선 물러난 이건희 회장도 특별한 지시가 없었다고 한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 이 회장은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자택에서 칩거 중”이라며 “용퇴를 결심한 만큼 그룹 경영에 대해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략기획실의 침몰은 그룹 고참 직원들의 충성심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에서 차출된 핵심 인력들의 원대복귀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전략기획실이 내달 말 해체되면 얼마나 원 소속사로 복귀할 수 있을 지 미지수”라며 “일부 인력은 해외 연수나 타 계열사 전출 등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경영 수업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삼성은 백의종군의 자세로 이 전무의 해외 사업장 근무를 검토하고 있으나, 기간 및 역할 등에 대한 외부 시각 등 감안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이번 임원 승진인사에서 부사장 승진 연한을 지난 이 전무가 제외된 점도 이 같은 그룹의 부담을 반영하고 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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