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부터 허위 사실을 언론에 제보해 법원에서 3차례나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또 다시 언론을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전직 국회의원에게 법원이 ‘언론 접촉 금지’라는 이색적인 명령을 내렸다.
국회의원을 두차례나 지낸 신모(70)씨는 대구에서 전문대학을 운영하던 중 1989년 한 지방지를 인수했다. 신씨는 신문사의 적자 재정을 메우기 위해 대학 교비 80억원을 임의로 사용했다가 검찰에 적발돼 94년 횡령ㆍ배임죄로 징역 2년6월을 선고 받았다.
당시 교육부는 신씨에게 교비 유용액 전액을 환수하라고 지시했고, 신씨는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학교 경영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게 됐다. 결국 신씨는 전문대 매각을 결정, 94년 135억원을 재단에 출연하는 등의 조건으로 중견 건설업체인 E사 대표 김모씨에게 학교를 넘겼다.
그러나 신씨는 만기복역 출소한 후 돌변했다. 신씨는 97년~98년 중앙 일간지, 월간지, 지방지 등에 “나의 동의 없이 학교법인이 넘어갔다”“구 정권에 의해 학교 운영권을 빼앗겼다”는 등의 허위 광고와 언론 제보, 인터뷰 등을 했다. 결국 신씨는 98년~2001년 3차례나 기소됐고, 각각 벌금 100만~2,000 만원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신씨의 ‘학교 되찾기’를 위한 언론플레이는 멈추지 않았다. 신씨는 2002년 중앙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E사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재단을 인수했다”“E사는 학교 운영 과정에서 1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2001년에는 국회에 “내 동의 없이 대학을 빼앗긴 만큼 운영권을 환원해 달라”는 청원을 냈다. 이로 인해 신씨는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청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2002년~2003년 4차례나 더 기소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이 4건의 사건을 병합, 신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및 보호관찰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특히 이 보호관찰 명령에는 “전문대 양도 과정에 대한 기존의 주장을 언론기관, 언론기관 종사자 및 법원을 제외한 국가기관에 어떤 형식의 글이나 말로 해서는 안 된다”는 특별준수사항이 적시됐다. “다른 내용으로 언론인과 접촉할 때도 미리 그 취지를 보호관찰관에게 신고하라”는 내용도 덧붙여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신씨의 이전 행태로 보아 유죄 판결 이후에도 관련 언론 제보를 계속 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언론접촉금지 보호관찰 명령은 신씨의 재범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호관찰은 집행유예 기간에만 적용된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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