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이 날로 수입 음식물, 수입 장난감의 안전 문제에 민감해지면서 의식주에 필요한 제품을 미국산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이 같은 인식 전환은 만성적인 무역적자와 달러화 약세 등 열악한 경제상황과 맞물려 ‘지갑애국주의’라는 새로운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MSNBC가 20일 보도했다.
국산품을 구입하려는 미국인들은 ‘미국산 제품을 구입하는 요령’ ‘여전히 메이드 인 USA’ 등의 웹사이트를 통해 쇼핑 정보를 교환하는가 하면 자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적자 소식을 우려하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 MSNBC는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의 애국주의가 확산된 데다 지난해 납 성분이 검출돼 중국산 장난감이 리콜되는 일 등을 겪으면서 미국인들이 제품의 생산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국 제품이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멕시코 등에서 생산된 제품에 비해 안전하고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또 국산품 소비가 일자리를 유지하고 달러의 해외유출을 막아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고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1970년대 이후 본격화해 1997년 1,080달러에서 2007년 7,080달러로 10년 사이에 거의 7배나 늘었다. 그 동안 다수의 미국 기업도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해외 진출에 전념해 미국은 대다수의 소비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웹사이트 ‘미국산 제품을 구입하는 요령’의 운영자 로저 짐머메이커는 “미국 소비자들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의류의 97%가 수입품이라는 사실에 불만을 갖고 있다”며 “나머지 3%에 해당하는 의류를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알려 주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집 안의 모든 제품을 미국산으로 채우자는 극단적인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을 현실에서 그대로 적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해외 진출 미국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구입한다거나 어린이에게 국산품 애용 정신을 심어주자는 소비자 운동 차원에서 지갑애국주의가 전개되고 있다고 MSNBC는 전했다.
경제학자 브라이언 베선은 MSNBC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소비자들이 중국 등 해외 제품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데 무역적자의 주 원인은 원유 수입”이라며 “지갑애국주의자의 극단적 논리를 추종한다면 미국인은 자가용 승용차보다 자전거나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MSNBC는 경기불황으로 인한 미국 내 수입품 소비 감소와 달러화 약세로 미국 제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것도 국산품 애용 움직임을 가져온 요인으로 꼽았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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