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회가 ‘치료용 맞춤 아기(savior sibling)’ 금지 조항을 부결시켜 사회ㆍ윤리적 논란이 일고 있다. 불치병에 걸린 아이를 살리기 위해 또 다른 생명체를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됨으로써 인간 존엄성 훼손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20일 ‘인간 배아 및 수정법(일명 배아법)’ 개정안 중 치료용 맞춤 아기 출산을 금지하는 조항을 342 대 163의 압도적 표차로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개정안이 상원 가결 등을 거쳐 2009년 초 시행되면 영국에서는 악성 빈혈 등 유전적 불치병에 걸린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아이와 유전자가 일치하는 동생을 인공수정으로 낳을 수 있게 된다. 동생의 골수 등을 추출, 불치병에 걸린 아이에게 이식해 치료하는 방법이 합법화한 것이다. 치료용 맞춤 아기는 미국, 영국 등에서 만들어진 적이 있으나 이를 법으로 허용한 것은 영국이 처음이다.
노동당의 데스 터너 의원은 “개정안이 가결되지 않았다면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죽는 아이가 생겼을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종교계 등은 생명체가 상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치료용 맞춤 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정란 단계에서 유전자 이상이나 조직형 일치 여부를 검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형제, 자매와 조직형이 일치하지 않으면 수정란은 폐기된다. 치료형 맞춤 아기가 ‘디자이너 베이비(designer baby)’ ‘스페어 베이비’(spare baby)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료 선진국 영국에서는 2002년 희귀 빈혈증을 앓던 찰리 휘태커라는 당시 4세 남자 아이의 치료를 위해 부모가 맞춤 아기 출산을 허가해 달라고 당국에 요청하면서 논란이 제기된 적이 있다.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휘태커 부부는 관련 법규가 없는 미국으로 건너가 여자 동생을 출산, 골수 이식 수술을 했으며 현재 두 아이 모두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BBC방송은 “치료용 맞춤 아기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영국인 대다수가 이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영국 정부와 의회는 치료용 맞춤 아기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 부작용과 문제점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의회는 전날 배아법 개정안 중 인간-동물 교잡 배아를 허용하는 조항도 통과시켰다.
이민주 기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