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friend단계 되려면 무의식적 학습 뒤따라야
어휘가 완전히 자신의 것이 되기까지는 몇 단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휘는 한 번에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휘를 배우는 과정은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를 가서 사람들과 친해지는 과정과 흡사하다.
처음 이사를 가서 한두 번 이웃 사람을 만나면 우선 그들의 겉모습을 먼저 익히게 된다. 처음에는 ‘그저 아는 사이(acquaintance)’가 되고, 자주 만나 서로 성격과 취미도 알게 되면서 친해지면 ‘친구(friend)’의 관계로 발전한다.
둘의 차이는 뭘까? Acquaintance의 관계는 그 이후 계속해서 만나지 않으면 잊힐 수 있고, friend의 관계는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휘 학습도 마찬가지다. 철자나 발음 정도를 겨우 알아보는 acquaintance 단계에서 출발해 나중에는 철자나 발음뿐만 아니라 그 단어의 친구나 친척이라 할 수 있는 숙어 및 연어(collocation)까지 자동으로 아는 friend의 단계로 발전한다. Friend 단계까지의 도달 여부는 해당 어휘를 다양한 기회에 얼마나 자주 접하느냐에 달렸다.
여러분의 대뇌 언어저장고(mental lexicon)에 들어 있는 어휘들은 어떤 관계의 것들인가? 아래의 예와 같이 지금 겨우 acquaintance 단계에 이른 것도 있고, 아주 친한 friend 단계에 이른 어휘들도 있을 것이다. 보거나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어휘들(receptive vocabulary)도 있고, 순간적으로 말하거나 쓸 수 있을 정도로 머릿속에서 바로 튀어나오는 어휘들(productive vocabulary)도 있다.
▪ apple: 중고생이라면 누구나 이해하고 말하고 쓸 때 어려움 없이 쓸 수 있다. 아주 친한 friend 관계의 단어다.
▪ bring: 이해하고 쓸 수도 있으나 과거나 과거분사형을 자유롭게 쓰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friend 관계의 단어다.
▪ sense: 이해하고 사용할 수도 있지만, 아직 in every sense; make sense 등 관련 숙어까지 이해하고 자유롭게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Acquaintance 관계의 단어라고 볼 수 있다.
▪ relief: 문맥 속에서나 겨우 이해할 수 있다. 자유로운 사용까지는 아직 멀었다. 강세에도 아직 익숙해져 있지 않다. Acquaintance 관계의 단어라고 할 수 있다.
▪ bankrupt: 문맥 속에서나 겨우 이해할 수 있다. 말하고 쓸 때 자동으로 튀어나오지 않는다. 역시 Acquaintance 관계의 단어다.
▪ hinge: 문맥 속에서도 이해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다. 처음 만난 완전히 낯선 사람에 가깝다.
영어 학습자라면 누구나 어휘 학습을 할 때 acquaintance 단계에서 곧바로 friend 단계로 나아가고 싶겠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Acquaintance 단계에서 많은 공을 들여야 friend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영어 학습자들이 꼭 알아둘 것이 있다. Acquaintance 관계를 만드는 것은 소위 ‘단어장(word list)’을 가지고도 가능하지만, friend 관계로 발전하려면 단어장만으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또한 understand(독해, 청해)가 최종 목표라면 단어장만으로도 가능하지만, produce(회화, 영작)까지 할 수 있으려면 단어장만으로는 안 된다.
반드시 많은 양의 읽기와 듣기를 통한 무의식적 학습(incidental learning)이 필요하다. 이는 다양한 읽기, 듣기를 하면서 ‘무의식적으로/간접적으로/부수적으로’ 어휘를 습득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실제 말하기와 쓰기를 통해 자주 사용해보아야 한다.
영어가 지구촌 공용어가 된 오늘날, 영어는 생존의 필수 수단이다. 이제부터 영어 어휘 공부에 푹 빠져보자. 책이나 방송, 오디오 테이프를 통해 기본 3,000 단어를 자주 접하자. 그래야 모든 영어 단어와 friend 관계가 될 수 있다. 이처럼 많이 읽고 듣는 것이 어휘 학습 성공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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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률교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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