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신도시 개발사업이 국내 건설ㆍ플랜트 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시 개조에 나선 자원부국이나 인구 과밀화로 고심하는 개발도상국에 첨단 유비쿼터스 도시를 만들어주는 신도시 개발사업은 건설ㆍ전력ㆍ교통 등 사회간접시설(SOC) 외에도 교육, 문화, 엔터테인먼트, 패션 등 문화ㆍ관습적인 분야까지 동반진출 한다는 점에서 ‘21세기형 사업’이라 불린다.
본보는 <도시를 판다> 기획시리즈의 결산편으로 김효원 해외건설협회 전무, 박수홍 한국토지공사 중동ㆍ아프리카 사업단장, 온영태(이상 가나다순)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소장(경희대 교수) 등 세 명의 전문가를 초청, 해외 신도시 개발사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과 극복 과제에 대한 고견을 들었다. 도시를>
사회=송영웅 경제부 차장
-국내 업체들이 신도시 개발사업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온영태 소장= 대규모 미분양 사태에서 보듯 국내 (건설)수요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원부국을 중심으로 한국형 신도시 건설에 대한 수요가 생기고 있다. 전세계적인 금융시장 개방에 따라 대규모 투자자본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도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가 현실화 되는데 역할을 했다. 정치적 이유도 있는데, 각 국가의 지도자들이 신도시 건설을 통해 경제적 성과를 보여주려는 경향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분당, 판교 같은 신도시를 만든 우리나라에 대해 각국이 엄청난 매력을 느끼고 있다.
김효원 전무= 요즘 신도시를 건설하려는 나라들은 중동 등 전통적 에너지 국가와 중앙아시아 같은 신흥 에너지 국가가 주를 이룬다. 현재 사업이 추진 또는 진행되는 중동 알제리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이 그런 예다. 과거에는 발주자가 있고 우리 업체들이 입찰하는 방식이었는데, 최근에는 우리가 사업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업체들이 국내외 상황을 파악하고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과거 1990년대 국내 건설사의 해외진출이 무성했다가 외환위기 때 중단됐는데 최근 해외신도시 개발을 계기로 다시 부흥하는 상태다.
박수홍 단장= 알제리 부이난 신도시도 제안형 사업이다. 알제리는 최근 에너지 자원에서 이룬 부를 바탕으로 중장기 국토이용계획을 마련했다. 그 중에 부이난 신도시는 제안 투자형이다. 돈이 풍부한 알제리 당국이 단시간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신도시 건설에 노하우가 있는 토공과 한국 기업들의 컨소시엄으로 진출해 거둔 성과다.
-한국형 신도시가 갖는 경쟁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박 단장= 유럽의 신도시는 50년,60년 전의 것인데 반해 우리 신도시는 10년, 20년밖에 되지 않았다. 또 신도시를 개발하는 소프트웨어가 강하다. 토공은 354개 택지를 개발해 신도시를 건설해 왔다. 이중 10만명 이상 수용하는 곳이 16곳이나 된다. 신도시 개발에 있어서 이런 실적을 같고 있는 곳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김 전무= 신도시를 건설하기 위한, 정책, 계획관리, 건설, 보상 등 종합적인 경험에 있어서 한국이 최고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 국가가 어떤 신도시를 개발하든지, 한국은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첨단 IT시설을 갖춘 도시를 원하면, 거기에 맞게 도시를 만들어 줄 수 있다.
온 소장= 하지만 이런 신도시 개발 능력에 비해 자금동원 능력은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다. 최근 우리나라 금융기관도 건설사와 함께 진출하고 있지만 아직 규모 면에서 차관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는 일본이나 네덜란드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신도시 수출에 따른 기대 수익은 무엇인가.
온 소장= 신도시 사업을 통한 기대 수익은 재무적인 부문 외에 국가 차원의 부가 수입이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신도시를 만드는 지역은 대부분 인프라가 빈약한 곳이라 건설 외에도 교통, 전력, 전화 등의 추가 분야가 동반 진출하게 된다. 따라서 신도시 사업처럼 큰 수익을 남기는 사업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개발 종합 패키지 사업이라고 보면 된다.
김 전무= 신도시 사업은 우리의 앞선 정보기술(IT)과 사회기반시설(SOC)은 물론이고, 문화 콘텐츠와 생활 관습 등 ‘숫자상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의 최대 수출품목이 될 것이다.
-신도시 사업활성화를 위해 개선ㆍ보완해야 할 점은.
김 전무= 한국 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신도시를 단기간에 건설했다는 경험 외에도, 사업진행이 빠르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업 초기 단계에서 우리 기업이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덜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온 소장= 사업 초기에 올바른 정보를 얻는 게 리스크를 줄일 수 있?핵심 요소다. 하지만 초기 정보 획득 비용이 많이 들어 가는 게 문제다. 따라서 적절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일본의 경우 자이카(JICAㆍ일본국제협력기구), 네덜란드의 경우 네데코(NEDECOㆍ네덜란드 엔지니어링 컨설턴츠 재단)가 각국의 정보를 수집해 기업에게 제공한다.
해당 국가에 파견된 요원이 그 나라의 관련 법규, 세무관계, 관습 등 현장 정보를 보내오면, 이를 취합해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기업에 사업 타당성까지 분석해 주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도 절감하고, 초기 리스크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 전무= 국내 건설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 해외로 나가 보자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 해외로 나가는 건설사가 98년 45개사에서 2006년에는 456개사로 늘었다. 이중에는 충분한 사전 정보도 없이 진출하는 경우도 있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도시 재개발 방식은 인ㆍ허가와 보상 문제가 걸려 진행이 안 된다. 허허벌판을 새로 개발하는 신도시 사업을 해야 한다.
박 단장= 해당 나라의 법률과 관습 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는 일은 중요하다. 또 그 나라의 정책 당국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다. 보상체계가 우리와 달라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신도시 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김 전무= 우리도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를 통해 국가별로 64개 항목의 정보를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프로젝트당 2억~4억원의 사업 타당성 조사비용을 기업에 매칭방식으로 제공하는 데 연간 예산이 20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온 소장= 신도시 사업은 문화를 파는 더 없이 좋은 수단이다. ‘보이지 않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최고의 수출 산업이다. 따라서 정부는 신도시 사업을 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부가 먼저 대륙별로 거점도시를 선정해 이곳에 대한 정보수집과 정부간 협력 등의 선투자를 하고, 민간이 그 배경 위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
박 단장= 도시를 수출하면서 요즘 확보 경쟁이 일고 있는 천연자원이나 농업용 토지, 산업용 부지를 대가로 받을 수도 있다. 아제르바이잔의 신행정도시, 알제리의 부이난 신도시 등이 이런 사업이다. 신도시를 수출하면 우리는 LCD, 자동차도 함께 팔 수 있다. 직ㆍ간접적으로 창출되는 일자리도 엄청나다. 따라서 정부도 해외 신도시 개발이 갖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충분히 인식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정리=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사진=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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